◆ 3기 신도시 추가 지정 ◆
정부가 작년 9월 1차 수도권 주택 공급 계획을 내놓은 이후 3개월 만에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과천 등을 3기 신도시로 지정했고, 그로부터 다시 5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 등을 추가로 신도시로 지정하며 30만가구 공급 계획의 마침표를 찍었다.
치솟은 서울 집값을 잡고 수요를 분산시키자는 목표로 추진됐지만 미분양 등 고질적인 문제에다 상황이 어려운 경기도 일부 지역을 더 어렵게 만들고, 서울에선 '생색내기용'으로 찔끔 공급할 뿐이어서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공급 시그널'을 주고 서울의 일부 수요를 퍼뜨리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고양 창릉은 신도시로 지정돼 3만8000가구가 새로 생긴다. 이는 작년 아파트 가격 고공 행진 속에서도 유독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고양시 주택 시장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올해 입주가 예정된 지축지구와 내년 입주가 본격화되는 향동지구에 추가 '입주 폭탄'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고양시는 서울 접경 지역인데도 공급과잉 문제로 신규 분양도 미달이 나고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번 신도시 지정으로 더 어려워질 것 같다. 광역교통 개선책이 획기적인 수준으로 나와야 그나마 선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워낙에 장기 프로젝트라 5년 내 눈에 보이는 효과를 기대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난해 12월 인천 계양이 신도시로 지정되자 겨우 분양을 시작한 바로 옆 검단신도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미분양 때문에 난리"라면서 "이번 고양 창릉 신도시 추가 지정으로 고양시 일대에서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단신도시 주민들은 인접 지역에 상대적으로 입지 여건이 좋은 신도시가 연이어 조성되면서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부천 대장지구 외에도 검단신도시와 인접한 인천시 계양구에서는 이미 1만6500가구 규모의 3기 신도시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안 그래도 미분양이 걱정인데 '물량 폭탄'을 맞게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다만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지역 개발과 일자리 창출 등이 따라오는 것이 신도시 효과라 고양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천은 신도시 지정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부천 대장은 산업단지가 된 마곡이나 계양테크노밸리와 차로 10분이면 오갈 수 있는 거리여서 매력적인 주거단지가 될 수 있다"며 밝은 전망을 내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부천시의 10년 초과 아파트는 전체의 84.2%에 달하는 반면 새 아파트 공급은 극히 적어 2016년 1441가구, 2017년 284가구, 2018년 1917가구에 불과했다.
서울에서도 1만가구가 추가로 공급될 것이라는 발표가 나와 기대감은 높지만 실제로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지적이다. 사당역 1번 출구 앞 주차장 용지에 1200가구를 투입하는 것은 과열된 강남권의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행정구역상으로 서초구 방배동인 데다 2·4호선 사당역 초역세권이라 입지가 좋고, 현재 공터와 주차장이 있는 곳이라 조성 속도도 빠를 것으로 예상돼서다. 창동역 복합환승센터(300가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시행해 조성하는 왕십리 유휴용지(299가구) 등의 새집 공급은 실수요자들도 반기는 곳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발표한 물량 속에는 '노후 공공기관 복합화'(1500가구) '빈집 활용 주택 공급'(400가구) '역사 복합개발 및 국공유지 활용'(700가구) '용도변경 공공기여'(500가구)처럼 가구 규모는 크지만 애매한 것들이 포함돼 '숫자 채우기용'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재건축과 재개발도 잘 안되는 상황에서 몇십, 몇백 가구짜리를 공급하는 '서울 공급 정책'이 잘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계획만 발표하고 시간만 끌다가 제대로 안될 가능성이 크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도 "서울 도심 알짜 지역의 소규모 택지 개발이 예정돼 있지만 숫자가 워낙 적다"면서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 등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지속되고 있고 이들 지역 집값이 전체 움직임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강남권 대체지'로서 택지 공급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인혜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