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자본시장 대토론회 ◆
바디프랜드와 홈플러스리츠, 이랜드리테일은 상장을 철회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상장이 연기됐으며, 교보생명은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분쟁으로 인해 상장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올해 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공모 규모를 5조원 수준으로 추정했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가 됐다.
올해 코스피에 상장한 회사는 포스코케미칼과 현대오토에버, 드림텍, 더블유게임즈, 우리금융지주 등 5곳에 불과하다. 포스코케미칼과 더블유게임즈는 이전상장이며,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 주식이 지주사로 전환하며 새롭게 상장한 경우다. 순수한 의미의 거래소 첫 상장은 현대오토에버와 드림텍 2곳뿐이며, 이 기간 공모 규모는 2275억원이다. 코스피 공모 금액은 2016년과 2017년만 해도 매년 4조원대였으나, 지난해엔 9066억원으로 급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본질은 한국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 외면"이라며 "연기금만 주식을 사고 있고, 민간 투자기관 핵심인 운용사 액티브 펀드 점유율은 3% 미만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코스피도 2100선이 위태롭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60포인트(0.27%) 내린 2103.15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11년 초와 비슷한 수치다.
매일경제신문은 이처럼 침체 늪에 빠진 한국 증시를 살릴 해법을 찾고자 13일 서울 여의도 교직원공제회에서 자본시장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장기·분산투자로의 투자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자본시장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은 "한국 자본시장은 단순 중개 업무에서 벗어나 자금 수요자와 공급자 간 플랫폼 형태로 바뀌고 있다"며 "국내 증시가 글로벌 눈높이를 맞추려면 장기적으로 주식이 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제공하고, 장기·분산투자로 수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로 이행하면서 금융상품 간 손익통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주주들에게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제공하기 위해선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은 수출 등 외국과의 거래에서 국부를 창출하므로 선진 제도에 부합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한국은 지배구조, 특히 이사회 운영이 후진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기관투자가들은 수탁자의 이해를 최대한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또한 "국민연금 지배구조가 정치권 영향을 받는 형태로 이뤄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국내 금융사들은 모험자본 용도로 연간 40조원을 투자할 여력이 있으며, 해외 15개국·114개 거점에서 중수익·중위험 상품을 만들어 국내 투자자에게 기여하고 있다"며 "금융투자업은 하나의 서비스 산업으로, 조속히 자본시장 개선을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안창국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정부의 과세·규제 정책이 자본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과장은 "규제가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법은 큰 틀에서 원칙 중심으로 가되 자율 규제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행해야 한다"며 "금융거래 손익통산과 이월공제뿐 아니라 양도소득세의 경우 장기 투자자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안 과장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시 개인연금이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대체투자를 편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 의원도 "기금형 퇴직연금은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와 국민 노후 대비에
지난해 퇴직연금 규모는 190조원에 달하며, 이 중 원리금 보장 상품 비중이 87%를 차지한다. 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0일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정책을 발표했다.
[정승환 기자 /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