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대표 재건축단지 중 하나인 '반포우성'(408가구) 아파트가 '후분양제 도입' 여부를 결정할 조합원 총회를 개최했지만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분양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벗어날 돌파구로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막상 결정을 앞두고 자체적인 자금 조달 부담과 리스크 등에 대한 고민으로 조합원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조합 내 내분이 커지면서 서울의 주택 공급만 늦추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반포우성 아파트 조합 및 주민들에 의하면 반포우성 조합은 지난 12일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 후분양제 도입에 대한 주민투표를 진행했다. 해당 안건은 상정 전부터 도입 여부를 놓고 조합원들이 찬성과 반대로 갈리며 팽팽히 맞서왔다.
투표 결과만 놓고 보면 현행 제도인 선분양제 유지를 지지하는 표가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개표 후 분석 결과 찬성표와 반대표 모두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합은 14일 조합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후분양제 도입 찬성과 반대 모두 과반수 미달이라 결정을 유보한다"며 "다음 총회를 개최해 보다 발전적인 논의 후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HUG는 최근 분양보증을 받는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를 낮추기 위한 '분양가 심사 기준' 수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로 인해 일단 사업을 추진하면서 2~3년 후 분양 시점에서 분양가를 최종 결정하는 후분양이 HUG 분양가 통제를 피하는 유일한 탈출구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 2차' 재건축 조합은 11일 이사회에서 잠정적으로 후분양 추진을 결의하기로 했다. 물론 임원들 자체 회의여서 19일 대의원회, 주민 총회 등을 거쳐야 추진될 수 있다.
그러나 강남권 알짜 단지로 손꼽히는 반포우성에서 주민 의견을 물은 결과, 후분양제 도입 논의가 미뤄지며 강남권의 후분양 추진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조합 임원들의 경우, 일단 사업이 추진돼야 조합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후분양'을 해서라도 사업을 추진하자는 쪽이겠지만 실제 사업비 등을 감당해야 하는 조합원 입장은 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후분양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후분양까지 걸리는 시일 동안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모르는 만큼 단순히 미루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반응이다. 처음부터 자체적으로 사업비를 조달해 늘어나는 금융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또는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하락세로 접어들지 등을 예측
반면 후분양제 도입에 찬성하는 한 조합원은 "정부가 요구하는 분양가로는 도저히 사업 추진 자체가 불가능한데 어쩌라는 거냐"며 "후분양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런 의견 대립으로 결국 재건축이 늦어지고 주택 공급만 늦출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