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주식 처분길이 막힌 강성부펀드가 델타항공과 협력해 한진그룹 경영권 획득이 아닌 기업의 장기 가치 제고 의지를 지속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 시각에서 한진칼 주가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한진칼 주가는 전일 대비 9.33% 하락한 주당 3만1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진칼은 직전 거래일인 21일 주가가 15.1% 하락한 데 이어 이날 장중 한 때 11% 내려가면서 연일 급락세가 지속됐다. 이날 한진칼 우선주와 대한항공 우선주도 각각 전일 대비 11.78%, 8.11% 급락했다.
글로벌 항공사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대거 매입했다는 소식은 한진칼 주가가 급락한 배경이다. 델타항공은 지난 20일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발표한 뒤 10%까지 지분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델타항공 지분 매입 배경으로는 글로벌 항공동맹 스카이팀의 전략적 협력 강화, 한진그룹 오너 일가와 우호적 관계 구축 등이 꼽힌다.
증권업계에서는 델타항공 등장으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식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포함한 한진가의 한진칼 지분율은 28.93%다. 향후 델타항공이 지분율을 10%까지 높이게 되면 조 회장 일가의 우호 지분은 38.93%로 확대된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한진가 편에 섰던 일반주주 지분율 5~7%를 감안하면 사실상 조 회장 일가 쪽으로 경영권 분쟁의 무게추가 급격히 기우는 상황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가 측면에서 경영권 분쟁 이슈 소멸에 따른 추가 조정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진칼에 대한 델타항공의 추가 지분 매입 등 수급 효과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분쟁 이슈 소멸과 KCGI 보유 지분의 오버행 해석 전환 등이 무게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델타항공이 지분 보유 공시 의무 대상에 미달하는 한진칼 지분 4.3% 매입 사실을 밝힌 것은 KCGI에 대한 일종의 '경고장'이란 해석도 나온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의도한 것은 한진칼 경영권을 위협하는 KCGI가 지분 경쟁에 나서면 델타항공 역시 지분율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라며 "KCGI는 행동주의펀드 전략 중 하나인 지분 경쟁에서 확실히 패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매입 중개사로 활용한 곳은 골드만삭스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 창구는 지난달 14일 하루에만 한진칼 주식 71만8532주를 사들이며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한 뒤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 발표 직전인 이달 20일까지 총 264만7968주를 사들였다. 해당 매수 규모는 지분율 4.48%로, 대부분이 델타항공의 매수 주문으로 추정된다.
기관투자가는 한진칼 주식을 대거 매도하며 주가 하락에 힘을 더하고 있다. 델타항공의 지분 매입 소식이 전해진 21일부터 이날까지 기관투자가는 한진칼 주식을 403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이 중 사모펀드가 141억원 규모 자금을 순매도해 기관투자가 중 매도 규모가 가장 컸다. 연기금도 114억원 규모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사모펀드 자금 이탈은 강성부펀드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최근 들어 강성부펀드는 강남 일대 프라이빗뱅커(PB)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사모펀드 고객을 대상으로 우호 지분 확보에 전력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헤지펀드' 큰손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이번 주주총회 과정에서 한진칼 지분 3.61%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단기 매도 결정을 내놓지 않은 기관투자가도 경영권 분쟁 결과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칼에 투자하고 있는 한 사모펀드 고위 관계자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의 방향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며 "단기 지분 정리 절차를 밟기보다 향후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종료됨에 따라 결국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여부가 향후 주가
[한우람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