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이 강남권 주택 공급이 가로막힌 게 강남 집값이 지난달 8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된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와 서울시가 집값을 잡겠다며 강도 높은 규제를 내놨지만 오히려 수요·공급 측면에선 거꾸로 가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수요가 몰리는 서울 도심의 아파트 공급을 늘리려면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정비 사업 활성화 외엔 답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4일 매일경제신문이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권 3개 자치구의 최근 연도별 재건축 사업시행인가 신청 건수를 파악한 결과 2014년 8건, 2015년 8건, 2016년 5건, 2017년 21건, 2018년 2건, 2019년 상반기 2건으로 집계됐다. 재초환이 부활한 작년부터 사업인가 신청이 급감한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1월부터 재초환을 부활시키면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은 사업시행인가 고시 3개월 이내에 부담금을 산정하기 위한 기초 자료와 자체 추정 부담금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해야 한다. 지자체는 한국감정원의 자문 등을 거쳐 예상 부담금을 조합에 통보하고, 조합은 이를 감안해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최근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몇 안 되는 단지들을 살펴보면 그나마도 500가구 이하 소형 단지가 대부분이다. 올해 상반기 서초구청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방배동 삼익아파트는 408가구, 잠원동 신반포18차 337동 아파트는 182가구다. 통상 단지 규모가 작으면 재건축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이 대단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결국 부담금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일부 소규모 단지를 제외하곤 대다수 노후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는 올 들어 5월까지 서울에서 1만4000가구 규모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시행인가가 이뤄진 만큼 주택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서울 집값 상승의 진앙이자 정부의 집값 잡기 정책 타깃인 강남3구의 재건축 사업시행인가 신청은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전문가들은 사업시행인가 신청에서 실제 공급까지 최소 5년 이상 시간이 소요되므로, 이대로 가면 앞으로 5~6년 뒤 강남 등 서울 핵심 지역에서 아파트 공급절벽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재건축과 관련해 가장 큰 불안 요소였던 초과이익환수금이 결국 재건축 추진 중단이라는 결과를 낳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달 중순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준공 5년 이내 새 아파트 가구 수는 2005년 35만4000가구였으나, 2017년엔 18만1000가구로 12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2000년대(2000~2009년) 연평균 5만6740가구였던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이 2010년대(2010~2019년) 들어 연평균 3만1239가구로 44.9% 급감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1년 10월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재개발 재건축은 자제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다.
서울에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서울과 수도권 간 아파트 매매가격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서울 대비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가격 비율은 올해 4월 말 기준 43.4%로,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부동산 안정 대책으로 수도권에 5곳의 3기 신도시를 만들기로 하면서 앞으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 격차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일본 도쿄나 미국 뉴욕은 민간의 역할 없이 도심 주택 공급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민간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서울도 정비 사업이 도심 주택 공급을 위한 주요 수단이란 점을 인식하고 민간 협력에 기반한 안정적 주택 공급 방식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