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4일 국토교통부 담당 공무원과 부동산 전문가들이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 모여 `3기 신도시의 발전 방안`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김규철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 [이충우 기자] |
매일경제는 지난달 국토교통부 담당자와 전문가들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로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김선걸 매일경제신문 부동산부장의 사회로 김규철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가나다순)가 참석해 '3기 신도시의 발전 방안'에 대해 2시간 넘게 의견을 나눴다.
―3기 신도시 5곳이 모두 확정됐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 안정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지.
▷김덕례 실장=주택 공급에 따른 가격 안정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 핵심지 집값에 대한 효과는 기대보다 작을 듯하다. 수도권 서부권이 주택가격 하방 압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심교언 교수=심리적 효과는 분명하다. 하지만 서울 강남 등에 효과를 내긴 쉽지 않을 것이다.
―주변 지역 주민 반발이 있다. 특히 일산, 파주 등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걱정이 많은데.
▷이창무 교수=고양 창릉신도시는 자족 기능을 강화할 것인지, 일산의 배후지 기능을 유지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일산은 테크노밸리 등 산업활동을 활성화해 고용 기능을 보장하고, 창릉은 일산과 차별화해 상업 집적지로 만드는 방식 등 새롭게 다른 시각에서 청사진을 그리는 게 바람직하다.
▷김규철 단장=고양 창릉신도시는 하남, 과천 등 여타 지역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일산 테크노밸리 계획을 수도권정비위원회를 통해 공식화할 생각이다.
▷김 실장=수도권 공간 전체를 보고 기능을 배분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고양 등에 혜택을 주면 다른 신도시에 '역차별'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1기 신도시는 리모델링이 가능하게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2기 신도시는 파주 등 현재까지 공급 중인 곳을 위주로 타격을 받지 않도록 배려가 필요하다.
―신도시 교통망 확충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추진했지만 정작 예산을 주는 기획재정부에서 반대하는 등 엇박자가 났는데.
▷김 단장=공공기관 예타 대상 여부에 대해 의견이 좀 엇갈린 건 사실이다. 우리는 광역교통망을 신도시 개발의 부대 사업으로 보고 면제 대상으로 봤지만, 기재부는 구체적 사업계획을 보고 판단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그러나 계획이 나오면 최대한 빨리 추진하는 방향으로 합의됐다.
▷김 실장=정책이 확정된 게 아닌데 미리 시장에 나와서 기대 신호를 보내는 건 좋지 않다. 당국의 세심한 대처가 필요하다.
―수도권 업무용지가 공급과잉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계획한 자족용지는 채울 수 있다고 보나.
▷이 교수=비수도권에서 산업 기능을 가져오지 않으면 결국 수도권에 한정된 기능을 재분배하는 것이다. 분당신도시 중 업무용지 비중이 6%였는데 이 정도도 못 채워서 미납용지 처리를 하는 데 10년 걸렸다. 3기 신도시 모두 자족 중심 도시를 만들려 하면 실패한다.
▷심 교수=신도시가 생기면 주택 거주자를 채우는 데 5~8년 걸린다. 업무용지는 만들고 20~30년이 걸린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김 실장=5개 신도시 모두 자족 기능에 특색이 보이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가 원하는 산업기능을 배분할 수 있는 청사진과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 기업 채우는 데만 급급해선 안 된다. 유보지로 남기더라도 산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채워 간다는 여유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김 단장=하남 교산에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정보통신기술(ICT)을, 부천 대장은 지능형 로봇, 첨단 소재, 항공드론 등 지자체가 원하는 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5개 신도시 자족 기능에 대해 지자체가 참여해서 지구별로 자생력 있는 산업이 무엇인지 논의할 것이다.
―업무 기능 배분에 대한 전문가적 의견을 더 듣고 싶다.
▷김 실장=남양주 왕숙지구는 동탄2신도시에 삼성전자라는 거대한 기업이 들어가서 성공한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고양 창릉은 고양시가 주체가 돼 일산 구도심과의 연계 등 시 차원의 역할 배분을 검토해야 한다. 부천 대장과 인천 계양은 근처 검단신도시와 집적화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
▷이 교수=하남 교산은 주변 신도시로 배후지역이 형성돼 고용인구를 흡수할 수 있는 새 지역 중심으로 접근할 만하다. 왕숙은 근처 신도시 중 가장 멀어 배후지 기능에 집중하는 게 좋다.
▷심 교수=고양과 남양주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도시확산 이론이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도시계획학계에 '핵폭탄 이론'이란 것이 있다. 구글처럼 큰 기업이 들어가서 도시를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대학교 유치도 방법이다.
―토지 보상금이 시장에 바로 유입되는 걸 막고, 주민들과 개발이익을 공유하고자 대토보상을 활성화하는 데 대한 의견은.
▷심 교수=바람직하다. 토지보상금이 풀리면 인근 반경 7~8㎞에서 재투자가 일어나 가격이 폭등할 위험이 있다.
▷이 교수=토지구획정리사업(땅의 효용 증진과 공공시설 정비를 위해 토지의 교환·분합 등을 허용)과 비슷한 성격인데 정리사업 때 (개발되는 주변 토지를 다시 소유하게 되는) 토지주들의 '개발이익 사유화' 논란도 있었던 점은 고려했으면 한다.
▷김 단장=그동안 대토제도가 활성화하지 못한 이유는 계획지구 안에 있는 땅만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근 시·군·구 개발 사업 용지까지 줄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 등도 고려 중이다. 또 어떤 땅과 교환할 수 있는지 계약 단계부터 미리 공지하도록 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3기 신도시가 성공하기 위한 조언을 한다면.
▷심 교수=기업 특별공급 등 파격적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에 '기회특구(Opportunity Zone)'란 제도가 있다. 지역개발에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세제 혜택 등 파격적인 규제 완화를 부여하는 것이다.
▷김 실장=3기 신도시가 성공하려면 지자체를 적극 끌어들여야 한다. 신도시 채권이나 신도시 펀드 등 민간 자금을 유입시키고 개발이익을 공유하는 방안은 어떨까. 비슷한 사례로 미국에도 지역개발채권이 있다. 또 디벨로퍼나 민간기업이 많이 들어올 수 있게 유인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안도 생각해
▷이 교수=인구와 도시 축소기가 다가오는 시점이기 때문에 3기 신도시를 더 큰 틀에서 봐야 한다.
서울 대도시권을 어떻게 구성할지 생각하라는 뜻이다. 자족 신도시에 대한 환상은 이제 버려야 한다. 기능 배분과 집중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정리 =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