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세제도가 국가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은 각종 국제기구가 발표하는 경쟁력 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세계은행(WB) 홈페이지에 게재한 '기업환경(Doing Business)' 최신 자료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종합지수 순위에서 총 190개국 중 5위를 기록한 반면, 세부항목인 세금 체계만 놓고 보면 24위에 그쳤다. 세금 체계는 총 10개 세부 항목 가운데 '신용 획득'(금융 편의성, 60위) 등에 이어 네 번째로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이다.
세계은행이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함께 발표하는 세금 체계 순위는 세금의 금전적 부담과 함께 적법한 납세 절차를 준수하기 위해 투입하는 유·무형의 비용을 함께 계산한 지표다. 예를 들어 각종 세금·부담금을 몇 차례에 걸쳐 몇 시간을 투자해 납부해야 하는지도 따져 본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투명성 등은 상당한 수준을 갖췄지만 국가 주도 계획경제 시대의 유산이 남아 있어 지나치게 정부 중심으로 운용되는 부분이 경쟁력을 낮추고 있다"며 "선진국처럼 기업활동을 장려하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조세원칙을 반영하는 제도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1월 발표한 국가경쟁력보고서(The Global Competitiveness Report)에서도 세금은 실점 요인이었다. 전체 140개국 가운데 한국의 종합경쟁력 순위는 15위였지만, 세금 관련 세부 항목 성적은 모두 5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세금 및 보조금의 시장 왜곡 효과(59위), 무역 관세(96위), 관세의 복잡성(85위), 노동세(56위) 등이 국가경쟁력의 저해 요인으로 지목됐다.
미국 싱크탱크 조세재단(Tax Foundation)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2018년 국제조세경쟁력지수'에서는 한국의 순위가 35개 대상국 중 17위로 전년 대비 2단계 하락했다. 조세재단은 한국이 2017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4.2%에서 27.5%로 상향(지방소득세 포함 기준)한 것 등을 순위 하락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의 조세경쟁력 순위는 2015년 11위를 기록한 뒤 2016년 12위, 2017년 15위를 거쳐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조세제도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다양한 항목이 있지만, 사실 높은 순위를 받는 국가들은 '조세원칙에 입각한 간소한 세금'을 운용한다고 이해하면 된다"며 "향후 한국의 조세 개편도 이 같은 방향성을 갖고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