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금리 시대, 부동자금 1000조원 (下) ◆
18일 한국은행의 '깜짝'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이번 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정책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 시대를 앞두고 매일경제신문이 28일 국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최고 자산 관리 전문가를 대상으로 긴급 재테크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들 프라이빗뱅커(PB)들은 지금의 재테크 시장을 그 어느 때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한 시대로 규정했다. 특히 이번 금리 인하가 국내 경기 불황을 확인해준 신호인 데다, 추가적인 인하마저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감했다.
금리 인하는 대출자에게는 이자 비용이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를 주지만 자산가에는 이자 수익 감소라는 부정적 영향을 남긴다. 특히 금융소득만으로 생활하는 은퇴생활자의 경우 장기화하는 저금리가 생존 문제와 직결될 정도로 심각하다. 하지만 PB들은 저금리로 인한 어려움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과거처럼 고금리를 기대하기보다는 욕심을 버리고 정기예금 금리를 조금 웃도는 수준을 목표로 보수적인 투자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김현섭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팀장은 "미·중을 포함한 각국의 무역분쟁과 이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 증가,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에 일본의 경제 보복까지 겹친 지금은 초불확실성의 시대"라며 "과거 패턴을 보고 미래를 예상할 수 없는 만큼 투자자산과 시점을 분산하는 투자를 통해 안정적으로 자산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재필 KEB하나은행 Club1 PB센터지점 부장도 "향후 1년간은 보수적인 자금 운용을 통해 원본을 키지는 전략이 좋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금리 인하 기조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기적인 관점에서 시장금리 하락기의 재테크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PB들이 제시하는 향후 1년간의 목표 투자수익률도 연 3~5%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말 같은 조사에서 나온 4~7%보다 최대 2%포인트나 낮은 숫자다. 김형리 NH농협은행 WM연금부 차장은 "은행 정기예금(연 1.8%), 주식형 펀드(연 5%), 채권형 펀드(연 3%)에 3등분 투자한 뒤 평균 연 3~4%의 수익률을 목표로 잡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정도 수익을 올리기 위해 주목해야 할 투자 상품으로는 금리 인하기에 몸값이 뛰는 채권형 자산이 공통적으로 꼽혔다. 김현정 우리은행 여의도한화금융센터 PB팀장은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서 발행한 다양한 신용도의 국·공채에 투자하는 이머징국공채 펀드는 부도 위험이 회사채에 비해 낮으면서도 금리 인하 시 채권 가격 상승으로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기적으로 수익이 나오는 '인컴형 자산'도 주목할 부분으로 거론됐다. 남경화 신한은행 여의도PWM센터 팀장은 "시장금리가 낮아지면 월 현금 흐름이 생기는 각종 인컴 펀드, 부동산 펀드가 인기를 끈다"며 "일정 기간 단위로 고정적인 현금이 창출되는 배당주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은행 정기예금보다 떨어져 위기에 빠진 은퇴자들과 은퇴를 앞둔 이들에게는 타깃데이트 펀드(TDF·Target Date Fund)가 해법으로 제시됐다. TDF는 투자자 은퇴 시점과 생애 주기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조절하면서 운용하는 상품으로 글로벌 자산 배분 효과도 누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남경화 팀장은 "퇴직에 앞서서 돈을 적립하는 시기에는 적정 수준의 위험자산을 보유하면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퇴직 후 연금생활자는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 꾸준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하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 발 더 보수적인 접근을 주문하는 의견도 나왔다. 김현섭 팀장은 "안정적인 정기예금으로만 은퇴자금을 운용한다고 해서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며 "원금 보장형 상품 투자를 위주로 하고, 공격적인 운영은 퇴직연금 이외의 돈으로 하라"고 강조했다.
지금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판단은 PB별로 엇갈렸다. 김형리 차장은 "향후 신도시와 도심권을 연결하는 광역교통망이 완성되면 오히려 도심권 핵심 지역의 땅값 상승이 예상된다"며 "강남 재건축과 강북 재개발지
[이승훈 기자 /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