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부활을 검토하면서 '로또 분양'을 막을 카드로 거론되는 채권입찰제는 도입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입찰제를 적용하면 간접적인 분양가 인상 효과가 일어나는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시세차익은 훨씬 더 적은 신혼희망타운 등엔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활용해 깨알같이 이익 환수를 하고 있어 형평성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26일 국토부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채권입찰제 도입 여부는 아직 검토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어디에서 도입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지만 채권입찰제는 검토도 하지 않았다"며 "현행 규정상 민간택지에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관련법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국토부 관계자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말이 나온 듯 한데 채권입찰제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채권입찰제는 1983년 4월 투기과열지구에서 민영주택 시세차익을 환수하기 위해 처음 시행됐다. 간단히 말해서 분양가와 주변 아파트 시세 간 격차가 클 경우 분양받는 사람에게 국채 등 채권을 사들이게 하고, 채권 매입액을 국고로 환수하는 제도다. 1990년대 서울시 아파트 동시분양 등에 적용됐다가 1999년 민영주택 분양가 자율화가 시행되면서 폐지됐다. 그러다가 2006년 참여정부 시절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서 85㎡ 초과 주택을 대상으로 다시 실시됐다. 당시엔 채권매입액과 분양가를 합친 금액을 시세의 90%(2007년 8월 이후엔 80%) 이하로 놓고, 한도 안에서 채권매입액을 많이 써낸 사람을 당첨자로 뽑는 방식으로 적용됐다.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공공택지에서 분양됐던 아파트와 고양 일산2지구 휴먼시아 아파트에 적용됐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유명무실해진 후 2013년 5월 폐지됐다.
대개 채권입찰제는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수분양자에게 생기는 시세차익을 환수하기 위해 '세트'로 따라다니는 정책이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검토한다면서 채권입찰제를 고려하지 않는 이유는 분양가를 결국 자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채권입찰제가 적용되면 분양자의 부담이 채권매입액만큼 늘어나 결국 그만큼 집값이 오르게 된다"며 "가격 안정화 효과를 반감시키고 오히려 자금 여력이 부족한 무주택자의 당첨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무주택자 에게 유리한 주택정책을 만든다'는 정부 입장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민간아파트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하면서 이익환수를 하지 않는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또 분양' 때문에 청약 광풍이 불어 부동산 시장이 더 엉뚱한 방향으로 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돼도 채권입찰제가 있으면 분양가 이외에 추가로 비용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청약 과열이 줄어들게 된다"며 "또 국고로 환수된 채권 매입액을 정부가 서민 주거복지 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행 중인 신혼희망타운 등 다른 주거정책과 형평성 논란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 신혼희망타운 등은 공유형 모기지를 통해 이익환수를 하고 있다.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분양가격이 일정 기준(현재 2억9400만원 이상)을 충족하면 주택 매도와 대출금 상환시 시세차익 일부를 기금과 공유해야 하는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무조건 대출받도록 되어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민간아파트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생기는 시세차익이 신혼희망타운보다 훨씬 클 것이 뻔하다"며 "정부가 민간 아파트 상한제를 도입한다면 풀기 어려운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부작용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참여정부때와 달리 상한제로 로또된 아파트의 이익회수에 정부가 부정적인데 대해 결국 '표심'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내년 정국을 좌우할 총선을 앞두고 "건설사의 이익을 빼앗아 민간에 나눠준다"는 취지로 민간상항제를 도입하는 셈인데 채권입찰제를 실시해 차익을 정부가 회수하면 결국 이런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참여정부때도 성남 판교신도시와 2007년 고양시 일산2지구 휴먼시아의 중대형(전용면적 85㎡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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