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 M ◆
금융위원회는 '5% 대량 보유 보고제도 및 단기 매매차익 반환제도 개선안'을 5일 발표했다. 먼저 '5%룰'로 불리는 대량 보유 보고제도는 투자자가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거나 이후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을 때에는 관련 내용을 5일 이내에 보고·공시해야 하는 것으로, 상장사의 지분 집중 정보를 시장에 공개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정이다.
다만 주식 보유 목적이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 때에는 기한을 연장하고 약식 보고하는 것이 가능하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스튜어드십코드 채택 기관이 크게 증가해 현재 109곳에 이르는 등 주주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관련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과 공적연기금 공시 여부에 따라 추종 매매가 발생하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점이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스튜어드십코드 정착과 기관투자가들의 주주 활동 지원을 위해 주식 보유 목적 구분을 세분화한 규제 해소안을 내놓았다. 기존 5%룰이 '경영권 영향 목적'과 '경영권 영향 목적 없음'의 흑백으로 나뉘었다면 개선안은 '경영권 영향 목적 없음' 카테고리에 적극적 주주 활동을 위한 일반투자와 의결권만 행사하는 단순투자로 구분해 공시 규정을 달리 적용하기로 했다.
사실상 대상이 되는 기관투자가와 공적연기금이 주주 활동으로 5~10일 내에 상세 사안을 공시해야 했던 기존 제도에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일반투자자는 약식보고, 공적연기금은 월별보고로 부담을 완화해줬다. 특히 '경영권 영향'이라고 해석될 수 있었던 배당 요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추진과 상법상 위법행위 금지 청구권 등은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임청구권, 위법행위 유지청구권, 신주발행 유지청구권 등 회사의 불법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주주의 기본 권리로서 경영권과는 상관이 없다고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공적 연기금의 단기 매매차익 반환 의무(10%룰) 제외 규정도 손질했다. 경영진 면담 등 미공개 정보 이용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내부 통제기준 강화를 통해 정보교류 차단장치를 마련하는 조건으로 매매차익 반환면제 특례를 유지하는 식이다. 금융위는 다음달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와 규제개혁위원회 및 법제처 심사를 거쳐 내년 1분기에 관련안 시행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가 5%룰 개선을 통해 스튜어드십코드를 지원하면서 기업 경영이 연기금에 의해 흔들리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재계에선 "기업 경영 간섭을 위한 제도 개선"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쟁점 사안은 금융위가 임원 보수, 배당 관련 주주 제안을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는 것이다. 지분을 5% 수준으로 확보한 기관투자가라면 누구나 일반기업에 배당 등 주주 환원에 대한 압박이 용이해졌다는 뜻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창이 날카로워지는 만큼 기업들을 위해 방패도 두껍게 만들어줘야 하는데 창만 날카롭게 하다 보면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시 규정 완화는 일반투자자에게도 불리한 조치라는 평가다. 적대적 인수·합병 방지라는 의미 외에도 5%룰이 일반투자자의 투자 판단을 위한 중요한 정보로 기능한다는 점에서다.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어떤 투자자가 어떻게 투자했다는 것 자체가 다른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정보가 되는데, 공시 영역을 줄이는 게 시장 전체에 얼마나 긍정적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5%룰(주식 대량보유 보고제도) : 상장
[문일호 기자 / 진영태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