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여년간 횟집을 운영해온 김 모씨(59·남)는 최근 지역을 다른 곳으로 옮겨 가게 문을 다시 열었다. 더 넓은 곳으로 옮겨 더 많은 손님을 받고자 했지만, 동네가 낯선 탓인지 장사가 예전만큼 되지 않았다. 고민이 깊던 김 씨는 한 시중은행에서 자영업 컨설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 은행의 '자영업 종합지원센터'를 방문했다.
은행 관계자는 친절히 컨설팅을 해줬다. 은행 관계자는 우선 최신 트렌드에 맞게 간판·내부 인테리어와 같은 시설을 개선하라고 권유했다. 또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위치상의 불리함을 극복하고자 배달 앱을 활용한 주문배달과 적극적인 온라인 마케팅을 제안했다.
김 씨가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이 은행은 시설 개선자금 1000만원을 보증서 담보대출로 지원하고, 모바일 홈페이지도 무료로 제작해줬다. 김 씨는 "은행의 도움을 받아 영업이 많이 개선됐다. 방문고객은 물론 주문배달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자영업자 컨설팅'이라는 역할을 새롭게 더하고 있다. 자영업자가 '한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로 꼽히는 만큼,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경영 컨설팅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의 자립을 돕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 또한 은행의 고객이기에 자영업자의 경영상황은 은행의 건전성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자영업자들의 경영상황이 악화되면서 이들 은행에 대한 자영업자 컨설팅 신청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은행들의 자영업자 대상 컨설팅 실시건수는 11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16건)에 비해 83.1% 증가했다. 자영업자들은 주로 창업(822건), 세무(175건) 등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영업자 컨설팅 실시건수가 증가하고 지역별 컨설팅 센터도 확충되면서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에 은행들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이들 은행의 우수한 사례를 다른 은행에 전파할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16개 국내 시중은행이 본점 전담부서 또는 지역벌 컨설팅센터를 이용해 창업·상권분석·경영자문·금융상담 등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경영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올 9월 기준으로 신한·국민·우리·기업·부산 등 5개 은행이 21개의 지역별 컨설팅센터를 설치했고, 연말까지 6개가 추가될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중구 서소문동, 금천구 독산동에 3곳의 '신한 소호(SOHO) 성공지원센터'를 열었다. 자영업자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언제든 방문해 해결방안을 처방받을 수 있는 '응급상담체계'로 기능하는 곳이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금융·경영·상권·창업 관련 상담과 외부 전문가의 전문컨설팅을 제공하며, 실질적인 경영·마케팅 능력을 집중 교육하는 '신한 소호 사관학교' 등 맞춤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날 서울 역삼동 신한은행 강남별관에서 열린 개소식에는 윤석헌 금감원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은 앞서 자영업자를 위한 금융지원뿐 아니라 컨설팅·멘토링 등 비금융 분야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며 "이번에 문을 연 센터
윤 원장은 "최근 은행권의 자영업자 경영컨설팅이 양적·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이는 자영업자와 은행이 상생하는 관계형 금융의 유용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 정주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