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매도 창구가 된 한국투자증권 계좌로 채권이 옮겨질 때 시스템 오류로 금액이 1000배 부풀려 입고되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채권 시장에 쏟아진 매도 폭탄은 1시간여 만에 회수되면서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허술한 증권 거래 시스템에 대한 질책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지난해 4월 삼성주식 배당 사고, 5월 유진투자증권 미보유 해외주식 거래 사고를 거치면서 증권사 전산 시스템에 대한 투자자 불안이 높아진 상황에서 주식에서 채권으로 대상만 바뀐, 유사한 사고가 또 터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 한국투자증권 거래 사고는 증권이 고객 계좌로 과다 입고됐다는 점에서는 지난해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태와 유사하지만, 당시와 달리 실제 매매가 체결되지 않았다는 점 등에서는 차이가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와 증권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9시 12분과 13분에 JTBC 회사채인 '제이티비씨10'에 대한 매도 주문 300억원, 500억원어치가 한국투자증권 창구를 통해 나왔다. 2분에 걸쳐 나온 매도 물량이 총 800억원인데, 이는 해당 채권의 전체 발행금액인 510억원을 훌쩍 넘는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전자증권 제도에 발맞춰 전산 시스템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로 실제 금액의 1000배가 입고되도록 설정됐다"며 "고객 신고로 오류를 인지한 뒤 바로 시스템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타 증권사를 통해 '제이티비씨10' 채권을 매수한 투자자가 이를 한국투자증권 계좌로 옮기는 과정에서 실제로 보유한 금액의 1000배가 한국투자증권 계좌로 입금된 것이다. 해당 채권이 과다 입고된 계좌는 총 7개로, 그 가운데 2개 계좌가 800억원어치 매도 주문을 냈다.
문제를 인지한 한국투자증권 측은 이날 오전 10시께 800억원어치 매도 주문을 정지시켜 과다 입고된 채권이 실제로 매매되지는 않았다.
지난해 4월 삼성증권은 직원 입력 실수로 우리사주에 대한 배당금을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지급했다. 그 결과 총 28억1000만원어치 배당금이 28억1000만주로 지급되는 사고가 생겼다. 삼성증권 직
삼성증권은 당시 사고를 계기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신규 주식 6개월 영업정지 처분 및 임직원 해임 등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금융당국은 한국투자증권의 프로그램 오류 전후관계를 살펴본 뒤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우람 기자 / 진영태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