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생명과학과 에이치엘비파워 주가도 각각 19.05%, 8.31% 동반 급등했다. 앞서 임상 중단 권고를 받으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신라젠 주가도 전 거래일 대비 15.02% 오른 1만9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업종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추가 자금 유입이 나타났다기보다는 기존 투자자금이 에이치엘비로 유입되면서 주가가 올랐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며 공매도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게 됐다. 에이치엘비는 코스닥 종목 가운데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으로 꼽혀 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가 급등하기 이전인 지난달 27일 기준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잔액은 2760억원을 기록했다. 공매도 잔액이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4%로 코스닥 종목들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2위인 헬릭스미스의 공매도 비중은 9.22%에 불과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공매도 비중이 높은 삼성전기 역시 비중은 약 12%대다. 계열사인 에이치엘비생명과학 역시 공매도 비중이 8.5%에 달한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와 매도하고, 나중에 이를 다시 사들여 갚는 형태의 투자다. 빌리는 시점에 비해 주가가 떨어진다면 그만큼 수익을 얻게 되지만, 반대로 빌리는 시점에서 주가가 뛴다면 손실을 본다. 이번 에이치엘비의 급등세가 시작되기 직전 공매도 거래에 나섰다면 약 85% 높아진 가격에 주식을 매수해 갚아야 하는 셈이다.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잔액이 증가한 시점은 지난 8월이다. 6월 임상 결과를 발표하기 전 공매도 잔액은 3800억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발표 이후 7만원대였던 주가는 3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주가 급락에 따라 차익 실현을 위한 매수세가 들어오며 주가가 2만원대까지 하락했던 7월에는 공매도 잔액이 841억원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이후 8월과 9월 에이치엘비 주가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4만원대 중반까지 올라서자 공매도 잔액 역시 2000억원대를 회복했다.
공매도 투자자의 상당수는 외국인투자자로 추정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9월 코스닥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는 총 4조443억원 규모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외국인투자자의 공매도는 약 2조9591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코스닥 공매도 가운데 73.17%를 외국인투자자가 한 셈이다.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비중은 각각 1.98%, 24.85%에 그쳤다.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가장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이 에이치엘비인 만큼, 이때 늘어난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투자액 역시 외국인 비중이 클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주가 상승세가 유지될 경우 이들이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에이치엘비 주식을 매수해 숏커버링에 나선다면 에이치엘비 주가에는 수급 측면에서 또 다른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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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