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1일 찾은 고덕 그라시움 입주현장 [사진 = 이미연 기자] |
반면 시행사인 조합 측은 입주예정자들의 요구가 부당하다며 구청 앞에서 '준공승인 촉구' 집회를 벌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해당 단지는 어렵사리 준공승인을 받아 입주 중이지만 입주예정자협의회(이하 입예협) 측은 여전히 시공사 측과 싸움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입주예정자협의회, "하자 많다"며 시공사에 100억 예치금 요구
4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해당 논란이 일었던 단지는 고덕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고덕 그라시움'(53개동, 총 4932세대)으로 지하철 5호선 강일역 역세권 대단지다.
이 단지의 준공승인 예정일은 9월 27일이었다. 부실시공 논란이 커지자 다음날인 28일 강동구청장과 고덕 그라시움(고덕주공 2단지 재건축) 조합, 시공사(대우·현대·SK건설) 컨소시엄, 입주예정자협의회가 합의점을 찾기위해 모였다. 15시간의 회의 끝에 29일 저녁 쯤 이정훈 강동구청장이 조합·시공사 측과 하자보수, 사후관리 문제에 대한 협의점을 마련해 준공승인을 내줬다.
이에 입예협 측은 자신들이 자리를 비웠을 때 나온 합의라 입주 후에도 여전히 투쟁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소송 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구청 측이 밝힌 주요 협의내용은 ▲143동·144동 앞 상가 옥상 실외기 이전 후 소음감쇄장치·차단가벽설치 후 조경녹화 실시 ▲입주자대표회와 협의해 커뮤니티공간 디자인설계안 3개월 내외 확정/입주자대표회가 구성되지 않을 경우 강동구청 공공건축가 TF팀의 자문받아 확정 후 3개월 이내 시공 완료 ▲모든 커뮤니티 공간·공용공간을 인근 단지와 동등 이상의 수준으로 개선 ▲137~139동 후면에 출입구 추가 개설 ▲실내하자 신속 처리 ▲우수관로 시공관련 긴급 재시공 시행 등이다.
↑ 고덕그라시움 커뮤니티 시설은 아직 입주자대표회가 구성되기 전이라 운영권이 넘어가지 않은 상태로 현재 출입이 자유롭지 않다. 오른쪽이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시설 내부. [사진 = 이미연 기자] |
입예협이 제기한 주요 쟁점 중 하나는 바로 커뮤니티시설 하자다. 입주 사전점검 전후로 입예협 측은 커뮤니티시설 일부에서 곰팡이가 발생했다며 커뮤니티 설계변경을 요구하며 예치금 100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곰팡이 슬어 설계 바꿔야한다는 커뮤니티시설 직접 보니…
입주를 시작한 다음 날인 지난 1일 직접 단지를 찾아갔다. 입주가 시작됐지만 입예협 측이 계속 설계를 변경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중이라 시설 내부는 바닥재 변경, 벽 컬러 변경 등이 확정되지 않아 마감 변경 공사를 중단한 상태라고 설명했지만 거의 모든 공사가 마무리 단계였다. 물론 하자는 보수를 끝냈지만 입주자대표회에 넘기기 전이라 오픈 전이기도 했다.
곰팡이 논란이 일었던 부분은 이미 새로운 자재로 마감 보수가 끝나있었다. 시공사 컨소시엄 측은 "스프링쿨러 성능테스트 중 차수 미흡으로 침투수가 유입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곰팡이가 발생한 벽체를 해체하고 석고보드와 디자인판넬 교체를 완료했다. 환기설비도 설계도서 기준으로 시공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커뮤니티시설 공간 내 다른 구역들도 육안으로 확인을 이어갔다. 아직 입주자대표회가 구성되지 않아 운영권이 넘어가지 않았지만 수영장은 시험 가동 중이었다. 단지 입주 후 3개월까지는 시공사 측이 시설을 지켜본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어 실내골프연습장과 스크린골프장, 피트니스센터, 어린이놀이방이 포함된 맘스카페, 노래방, 사우나실, 농구장이 들어선 실내체육관 등도 살펴봤지만 벽에 금이 가있거나 곰팡이, 녹슨 부분 등은 발견하지 못했다.
↑ 고덕 그라시움 시공사 컨소시엄 측이 제출한 곰팡이 하자 부분 보수 전후 모습 |
◆고덕 그라시움 사태, 인근 입주 예정 단지에서도 주시
일부에서는 이번 하자논란이 입주자대표회를 선점하기 위한 세력다툼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입주예정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시공사들로부터 여유자금을 받아내면 입주자대표 자리를 손쉽게 차지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이에 변우택 고덕2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입주자대표 (시켜준다고 해도) 할 생각없지만, 법적으로도 조합장은 입주자대표를 할 수 없게 되어있다. (고덕 그라시움) 입주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이 목표"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현재 강동구청이 '임시사용승인'이 아닌 '준공승인'을 내줬기 때문에 입예협이 제기한 '심각한 하자' 부분은 보수가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입예협이 제시했던 요구사항이자 조합·시공사 측이 준공승인 조건으로 합의한 커뮤니티시설 설계변경은 주민 3/4 이상의 동의와 설계변경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 부분이라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덕지구에는 향후 1만2000여 세대의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런 사태가 인근 단지에서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인근 대단지 입주예정자인 손 모씨는 "(새아파트) 하자 문제는 선분양의 폐해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다행히 우리쪽은 조합 측이 입주예정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주고 있어 (고덕 그라시움 사태처럼) 문제가 크진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단지 입주예정자인 이 모씨는 "강동구청이 입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좀 더 적극적으로 마감이 제대로 안된 부분을 관리감독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 고덕그라시움 '중대하자' 논란에 조합 측도 '발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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