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금융감독원에서는 현직 금감원 임원들이 전직 금감원 임원 출신이 대부분인 시중은행 감사들을 불러모아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하는 풍경이 연출됐다.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논란에 이어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등 악재가 연이어 터져나오면서 금감원 '선배들'이 제구실을 다해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금감원은 7일 오전 DLF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을 비롯해 국내 15개 은행 감사들을 불러모아 긴급회의를 열었다. 금감원이 DLF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등 은행 창구에서 판매된 상품들에 대한 문제가 추가로 불거지자 회의를 연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회의는 권인원 금감원 부원장이 주재했다.
금감원은 이 자리에서 DLF 대규모 손실 사태 이후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감사는 "감사들이 주도권을 쥐고 상품 판매와 관련해 내부 통제를 철저히 해달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복잡한 고위험 상품을 판매할 때 불완전 판매가 나오지 않도록 시스템을 갖춰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는 주로 DLF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지만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 등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사모펀드 관련 이야기도 나왔다. 금감원은 각 은행들이 판매하고 있는 파생상품 현황에 대한 자료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실 가능성이 있는 다른 상품에 대해서도 고객들에게 미리 설명을 잘해주라는 주문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에서 일하는 감사들은 대부분 금감원 전직 임원으로, 금융감독 분야에서는 '베테랑'이 많다.
하지만 DLF를 시작으로 은행에서 판매하는 펀드에 대한 문제가 연이어 불거지자 전직 임원들
한 은행 감사는 "이날 회의에는 함께 일했던 옛 동료들이 현직 임원 자격으로 참석했는데 분위기가 엄숙했다"며 "악재가 연이어 터지다 보니 감사들이 선제적으로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