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자산운용사 빌리언폴드자산운용과 씨앗자산운용의 이달 수익률은 업계 평균 수익률을 훨씬 밑도는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펀드는 지난해와 올해 하락장에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보인 펀드로 많은 사모펀드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았으나 최근 바이오주에 매도 포지션을 취하면서 단기적으로 손실폭을 넓혔다. 바이오주의 하락에 베팅하며 공매도 전략을 썼던 외국계 금융사들이 주가 상승에 따른 숏커버링(빌린 주식을 되갚기 위한 매수)에 나서면서 손해를 본 것과 마찬가지다.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은 올 상반기에만 연초 대비 20%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며 롱숏 전략의 위력을 과시했으나 이달 들어서 수익률이 고꾸라졌다. 'Billion Beat-EH' 펀드는 -7.4%, 'Billion Beat-RV' 펀드는 -7.8% 수익률을 보이며 상반기에 올렸던 수익을 잃었다.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에서 헤지펀드운용본부장을 맡았던 안형진 대표가 작년에 합류하며 화제를 모았다. 상반기에는 5세대(5G)와 정보기술(IT) 장비주에 베팅하는 전략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렸으나 지난달부터 바이오주 하락에 베팅하는 전략 때문에 손실이 커졌다. 지난해 하락장에서도 10% 이상 수익을 거뒀던 씨앗자산운용은 이달 대부분의 펀드가 4%대 손실을 기록했다. '眞 전문사모형 펀드'는 한 달에 -4.4%, '宮 전문사모형 펀드'는 -4.1%, '秀 전문사모형 펀드'는 -4.2% 수익률을 보였다. 씨앗자산운용의 펀드들은 채권을 일정량 포함해 변동성을 줄이는 전략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주 숏 포지션을 취하면서 늘어나는 손실폭을 메울 수는 없었다. 씨앗자산운용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대표 펀드였던 '한국투자네비게이터 펀드'를 운용하던 박현준 매니저가 창립한 회사다. 펀드를 출시한 지 2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설정액 5792억원의 회사로 성장했지만 최근 바이오주 하락에 베팅하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지난해 대형주 롱바이어스드 전략으로 가다가 올해 초 IT주 숏 전략으로 선회한 사모펀드들이 연초 손실을 보기도 한 와중에서도 건재했던 두 회사였지만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은 거의 업계 하위권이다. 10월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회복해 다른 운용사들의 수익률이 회복되는 가운데 두 회사는 오히려 급등한 바이오주의 하락에 베팅했기 때문이다. KRX헬스케어지수는 지난달 25일 2461로 바닥을 찍었다가 지난 22일에는 2733으로 올라오면서 한 달 새 11%까지 상승했다. 에이치엘비는 9월 초 4만원 초반이던 주가가 18만원까지 올랐다.
단기적으로 볼 때 사모펀드의 공매도 물량이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면 향후 주가 상승에 따라 손실폭을 더욱 키울 것으로
그동안 하락장에서도 절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롱숏 전략의 리스크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현재 한국형 헤지펀드에서 롱숏 전략이 차지하는 비중은 12.1%가량 되는데 빌리언폴드자산운용과 씨앗자산운용의 예에서 보듯 과거의 운용 성과가 미래의 성과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