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뱅킹 시대 개막 ◆
29일 금융위원회는 모든 은행이 표준방식(API)으로 자금 이체·조회 기능을 공개하도록 하는 오픈뱅킹의 대고객 시범 서비스를 30일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시범 서비스에는 NH농협·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KB국민·BNK부산·제주·전북·BNK경남은행 등 10개 은행이 참여한다.
앞서 오픈뱅킹 이전 국내 은행 모바일 앱은 폐쇄적으로 운영돼왔다. 금융결제망에 참여할 수 없는 핀테크기업은 간편송금·결제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개별 은행과 일일이 제휴를 맺어야 했고, 이체 한 건당 이용료 400~500원을 내야 해 진입 장벽이 높았다. 금융소비자도 거래하는 은행 수만큼 앱을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오픈뱅킹은 이 같은 장벽을 낮추기 위해 은행이 보유한 지급결제 데이터를 오픈 API로 제3자에게 공개하도록 금융당국, 은행, 핀테크 업계가 협의해온 결과물이다. 지난 2월 금융위가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을 통해 도입 방안을 발표한 후 은행과 핀테크업계가 세부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사전 신청에는 18개 은행을 포함해 대형 핀테크업체 47곳, 중소형 핀테크업체 91곳 등 총 156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들 업체는 금융보안원의 사전 보안점검 등을 거쳐 은행 API를 활용한 혁신 서비스를 개발한다.
시범운영 단계인 현재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은행 플랫폼 확장'이다. 이전에는 자신의 계좌가 있는 은행 앱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편의성에 따라 원하는 은행 앱만 골라 쓸 수 있다. 오픈뱅킹을 이용하기 위해선 30일 오전 9시를 기점으로 각 은행 모바일 앱과 인터넷뱅킹에서 '오픈뱅킹' 메뉴에 접속해 다른 은행 계좌를 등록하고 이용 동의를 하면 된다.
18개 시중은행이 공개하는 API는 출금·입금과 잔액·거래 내역·계좌 실명·송금 정보 등 여섯 가지다.
신한은행은 당행 계좌가 없는 고객도 오픈뱅킹을 이용하도록 한 것이 다른 은행과의 차별점이다. 통상 해당 은행 입출금 계좌를 만들어야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신한은행은 '쏠(SOL)' 회원 가입만 하면 타행 계좌를 등록해 오픈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체 과정에서도 별도 보안매체를 등록할 필요 없이 휴대전화 인증 수단만 있으면 된다. 신규 고객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춰 '은행'보다 '플랫폼' 강화에 방점을 찍은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4일엔 선제적으로 'My자산' 서비스를 탑재해 은행뿐 아니라 카드·증권·부동산 등 통합자산 조회도 가능하게 했다.
농협은행 역시 플랫폼 강화를 위해 '올원뱅크' 앱에 오픈뱅킹을 통한 타행 조회·이체 업무는 물론 더치페이, 모임 서비스, 간편결제 등 각종 금융 편의서비스를 탑재할 예정이다. 환전과 해외 송금에 강점이 있는 하나은행은 오픈뱅킹과 외화 서비스를 연계한 생활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오픈뱅킹 도입을 기념해 현금·경품 지급, 예·적금 우대금리 등 각종 이벤트도 은행별로 진행되고 있다.
■ <용어 설명>
▷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 핀테크기업이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은행의 금융 기능과 콘텐츠를 표준화된 형태로 제공하는 기반 기술이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