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늘어나는 불법 공매도 ◆
금융당국이 골드만삭스 사건을 계기로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불법 공매도 사건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30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감소 추세를 보이던 무차입 공매도 사건이 올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 3분기까지 10건으로 모두 외국계 금융사를 통해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처벌 기준이 강화되지 않아 건당 4680만원이라는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경범죄급 징계만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차입 공매도로 발각된 외국인들은 '실수였다' '이득도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부당 이득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는 탓에 과태료보다 많은 수익을 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매년 제재가 이어지지만 지속적으로 규정을 어기면서 불법적인 공매도를 저지르는 데는 낮은 처벌 수위와 높은 기대 수익이 얽혀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매도 처벌 강화 개정안이 국회에서 장기간 계류되는 과정에서 불법 공매도 사건에 대한 징계가 아직 낮은 수준에서 처리되고 있다"며 "불법 공매도 사건의 대부분은 외국계인데, 현재로선 외국계 기관의 주식잔액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고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나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무차입 공매도 사건 총 101건 가운데 94건이 외국계 투자회사가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무차입 공매도 101건 중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은 45건이었다. 나머지 56건은 단순 '주의' 처분만 받았다.
현행법상 공매도 자체는 합법이지만 빌리지도 않은 주식을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공개적으로 공매도를 펼치면서 주식을 빌렸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매도했다는 핑계로 무차입 공매도를 일삼는 실정이다. 당국도 매도와 주식을 대여한 시점 등을 고려해 단순 실수인지, 고의인지 등을 판별해 징계하고 있지만 그간 징계 실적을 보면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 의원은 "어떤 범죄든 사후 적발보다 사전에 근절하거나 강한 처벌로 발생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행 국내법은 무차입 공매도 범죄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조차 없어 사실상 단순 경범죄 처벌만 가능하다. 한국은 건당 과태료 6000만원을 기준으로 50%를 가중한 9000만원이 최대치다. 주요 선진국은 불법 공매도를 매우 강력하게 다룬다.
김병연 건국대 법학과 교수가 올해 발간한 '자본시장법상 공매도 제도에 대한 소고'에 따르면 미국은 시세조종이나 부당이득을 위한 불공정 공매도에 대해 500만달러(약 58억7250만원) 이하 벌금 또는 20년 이하 징역형이라는 무거운 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 프랑스는 무차입 공매도로 얻은 이득의 10배를 벌금으로 부과하며 영업정지 처분이 뒤따른다. 영국에는 벌금에 상한이 없다. 주요 선진국의 불법 공매도 처벌 규정을 감안하면 국내법은 단순 경범죄 처벌에 불과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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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태 기자 /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