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들 중 자산 규모 1위인 산와머니는 지난 3월부터 신규 신용대출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한때 2조5000억원까지 늘었던 이 회사 자산이 1조7000억원으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산와머니가 업황 악화로 '출구전략'을 짜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회사 매각을 위해 몸집을 줄이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다른 대형 대부업체 상당수도 신용대출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2위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와 4위 웰컴크레디라인대부(웰컴론)는 아예 2024년 폐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들은 대부업에서 손을 떼는 대신 저축은행을 인수했다.
대부업체들의 이런 경영 악화는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대출액 기준 대부업 상위 69개사의 올 상반기 말 현재 신규 대출액은 2조862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하반기 기준 3조3640억원과 비교하면 1년6개월 만에 38% 줄어든 것이다. 특히 서민 자금줄인 소액·무담보 신용대출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대부업체가 새로 취급한 신용대출액은 3조1953억원에서 1조7351억원으로 45.7% 줄었다.
임승보 대부금융협회장은 "과거 신용대출의 중심이었던 대부업체들이 이제 안전한 담보대출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부업체 경영 악화는 2010년 44%였던 법정 최고 금리가 지난해 2월 24%까지 낮아진 탓이다.
정부가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최고 금리를 꾸준히 내린 게 곧바로 대부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대부업체는 외부에서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저신용자들에게 높은 금리를 받고 대출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대출 금리는 계속 내려가는 반면 조달 금리는 그대로라 마진이 줄면서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대부업체들은 실적 악화에 심사를 강화했다. 업계에 따르면 2015년 21.2%였던 대출 승인율이 올 상반기엔 12.1%로 떨어졌다. 대형 대부업체 A사의 평균 승인율은 2017년 29%에서 올해 9월 말 현재 9%로 낮아졌다. 업계의 대출 승인 건수 역시 2015년 165만3000건에서 올
대부업체들이 신규 대출을 줄이자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거절당해 불법 사금융으로 간 사람은 45만~65만명에 이른다.
올해는 불법 사금융 이용자가 70만명을 훌쩍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