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는 생각보다 오래 살게 되는 리스크 즉, 장수 리스크다. 2010년에 고려대 박유성 교수팀이 의학발달을 감안한 기대여명을 계산한 결과에 의하면, 현재 생존해 있는 1945년 출생자 중 남자는 23.4%, 여자는 32.3%가 100세까지, 1971년생은 현재 살아 있는 남성 중 47.3%가 94세까지, 여성은 48.9%가 96세까지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인생 90년+α’, 다시 말하면 100년 정도의 인생을 전제로 생애설계를 하고 목표지출과 목표수입의 균형이 맞는 생활을 하면서 자산관리를 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젊었을 때 미래를 대비하여 연금자산을 조금씩 차곡차곡 쌓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건강리스크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퇴직을 하게 되면 생활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실제로 미국·일본에서 퇴직자를 대상으로 퇴직 후 생활비가 줄었는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자료를 보면 30∼40%가 줄지 않았다고 대답하고 있다. 병원비, 간병비 등의 의료비용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조사를 해보면 퇴직 후 생활비가 줄지 않는다는 비율은 훨씬 더 높게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의료비는 필요한 시기를 예측할 수도 없거니와 단기간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 공적 국민건강보험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많아 질병과 상해는 빈번히 발생하는 위험은 아니지만 한번 발생하면 가계에 심각한 손해를 끼칠 수 있다. 따라서 의료비는 일반생활비와는 달리 언제 얼마만큼 필요할지 모르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지급을 해주는 ‘보험’을 이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세 번째는 자녀리스크다. 자녀리스크란 자녀교육 및 결혼 자금에 대해 부담하기 어려운 정도의 과다한 지출로 노후에 큰 고생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는 자녀의 인성교육과 고등 교육을 잘 시켰는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자녀교육과 결혼에 과다한 비용을 지출하고 궁핍한 노후생활을 하는 것이 자녀 리스크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지금보다 평균수명이 훨씬 짧았기 때문에 노부모 부양기간은 평균 5년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자식들은 부모를 모시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오는 100세 시대의 노부모 부양기간은 20∼25년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자녀도 노인인데 어떻게 부모를 도와줄 것인가? 이미 대부분의 젊은 세대는 부모를 부양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녀 리스크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우선 부부가 같이 자녀교육과 결혼문제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통해 공통된 인식과 소신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공통된 인식과 소신을 갖고 올바른 자녀 경제교육을 통해 자립심을 키우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동시에 자녀교육비와 결혼비용을 아낀 돈으로 자신들의 노후 자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네 번째는 자산구조 리스크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부동산 불패 신화가 지배해온 결과 대부분의 우리나라 가정은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로 되어 있다. 어떤 투자든 한 곳에 몰아서 하게 되면 리스크가 커지게 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것이 바람직한데 우리나라는 60대 이상의 가구를 봐도 가계자산의 85% 정도가 부동산으로 되어 있다. 지나치게 부동산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구조는 자산관리의 원칙에서 볼 때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젊은 시절부터 합리적으로 자산배분을 해야 한다.
마지막은 저금리·인플레 리스크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두 자리 수였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2019년 4분기 현재 1% 초반으로 떨어졌다. 금리는 노력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대량 살포된 자금이 언제 물가를 위협할지 모른다.
인플레가 진행된다는 것은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젊은 시절부터 금융지식을 습득해서 주식, 채권, 펀드, 변액
그런데 투자상품은 저축상품과 달리 고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원금 손실을 볼 수도 있는 리스크가 따른다. 투자의 원칙과 투자하는 상품의 내용에 대해 충분한 지식 없이 무턱대고 투자를 시작하면 안 된다.
[정양범 – 매일경제 생애설계센터 본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