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 부채 폭탄 ◆
25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에 가입된 상장사 1995곳 중 1386곳의 확정급여부채는 72조원, 사외적립자산은 59조원으로 나타났다. 확정급여부채란 기업이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로 돌려줘야 하는 돈을 뜻하며 사외적립자산은 이를 위해 외부 금융기관에 쌓아놓은 퇴직급여를 말한다.
확정급여부채에서 사외적립자산을 뺀 퇴직연금 부채인식액이 13조원이란 의미는 기업이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로 실제 줘야 할 돈에 비해 모아놓은 돈이 13조원 모자란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퇴직연금이 원리금 보장 상품에만 주로 투자되면서 수익률이 극히 저조했고, 기업도 퇴직금을 적립해야 하는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서 생긴 현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서는 수익률 저조로 인한 퇴직연금 순부채가 3조3000억원가량이며 여기에 기업이 사외적립을 제대로 하지 않은 규모까지 다 합하면 총 13조원을 퇴직연금 순부채로 추정했다.
DB형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사전에 확정된 퇴직급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이 낮으면 이를 기업이 추가 비용을 부담해 보충해야 한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DB형 퇴직연금의 퇴직급여는 임금 상승률에 따라 증가하는데, 퇴직연금 수익률이 임금 상승률보다 낮으면 기업은 그 차이를 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기준 임금 상승률은 4.3%인데 DB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1.4%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차이만큼 회사가 나중에 보전해줘야 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현재 근로자 퇴직급여가 5조1080억원으로 추정되지만 사외적립금은 4조7781억원이어서 3299억원이 퇴직급여 순부채로 표시된다. 기대임금 상승률보다 수익률이 따라주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