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종가 5만400원에 비해 0.99% 하락한 4만9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10월 14일 약 1년4개월 만에 5만원을 돌파했다. 10월 18일 종가로 4만9900원을 기록한 뒤 계속해서 5만원이 지지선이 돼 왔는데 46일 만에 다시 4만원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주가 하락의 직접적 원인은 외국인의 매도세다. 거래소에 따르면 3일 장 마감시간 기준으로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1712억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달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꾸준히 순매도해왔다. 11월 1일부터 이달 3일까지의 누적 순매도 금액은 1조2557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코스피 종목 전체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3조8351억원으로 이 중 약 33%가 삼성전자 순매도 금액인 셈이다.
코스피 시총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도세가 삼성전자에 더 집중됐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내년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에서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증권가에선 내년 D램 공급 부족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실적의 개선을 예상하고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전날 리포트에서 "D램 수요는 서버 수요 재개와 5G 스마트폰 본격화로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1분기 말 공급 부족에 진입하고 2분기에는 가격 급등을 예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D램 생산 업체들은 충분한 재고 감소, 이익 증가를 확인한 이후 내년 하반기에 장비 발주를 재개할 전망이고 그전까지 반도체 주가는 지속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민성 삼성증권 이사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도체회사에서 외국으로 가 D램 수요 업체에 언제쯤 구입할 계획인지 물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며 "아마존 등 미국이나 중국 업체들이 반도체회사를 찾아와 자신들이 원하는 물량만큼 충분히 공급해줄 수 있는지를 문의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전반적으로 삼성전자의 순항을 예상하고 있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증권가 전망치(컨센서스)는 27조2468억원, 내년은 37조5134억원으로 약 37.7%나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외국인의 매도세가 집중되는 데 대해 증권가에선 미·중 무역전쟁과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의 공포가 발목을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관세 부과를 재개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무역전쟁에 다시 한번 불을 댕긴 것이다. 특히 미국은 오는 15일까지 미·중 무역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1560억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15%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이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상원 의회에서 홍콩인권법이 통과되면서 미·중 양국 간 합의에 큰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여 부정적 전망은 커지고 있다. 불안감이 커진 외국인들이 한꺼번에 매도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연초에 비해 많이 오른 삼성전자 주식에 대해 외국인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올해 초 3만8000원대였던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을 넘어 30% 이상 상승했다"며 "연말이 가까워지며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나오는 매물까지 가세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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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제윤 기자 /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