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하 서강대 교수(사진)는 지난 12일 지암남덕우경제연구원·서강경제포럼이 주관하고 매일경제신문이 후원해 '금융혁신과 포용금융'을 주제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여전히 국내 금융시장은 양극화로 인해 금리구조가 단절되고 중신용등급 소비자가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남 교수는 신용도가 높은 우량 차주(1~3등급)의 대출잔액 비중이 2007년 48%에서 2017년 71%로 눈에 띄게 증가한 반면 중신용자(4~6등급) 비중은 33%에서 24%, 저신용자(7~10등급) 비중은 19%에서 5%로 각각 줄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저신용자에 대한 금융 공급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의미"라며 "불법 사금융 이용자가 40만~50만명에 달한다"고 짚었다.
남 교수는 "중금리대출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신협 등 상호금융의 사회적 금융 역할을 강화하고 우체국 금융을 서민금융 전담 은행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협에 적용돼 온 업무 범위 제한, 중앙회 대출한도 등 규제를 완화하고 대신 중금리대출 공급량을 늘리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체국 금융은 현재 예금·환전 등 업무는 가능하지만 대출 업무가 허용되지 않는다"며 "이를 전면 허용해준다면 장기적으로 최소 20조~30조원의 중금리 대출을 공급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출 허용 후 국책은행 기능을 수행하다가 점차 공사화·민영화 형태로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핀테크 혁신과 관련해서도 남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부와 공공부문이 혁신을 주도하다 보니 기존 시장의 경쟁구조와 시장 지배력에 있어 획기적 변화가 불가능한 면이 있다"면서 "대형 은행·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스타트업 핀테크 업체 간 공정 경쟁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