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종가와 역대 최고 주가 차이는 1220원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2017년 11월 1일 286만1000원(액면분할 후 5만722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주가가 최고치를 돌파했던 2017년은 삼성전자가 역대 두 번째로 좋은 실적을 올린 해다. 그해 삼성전자는 매출 239조6000억원, 영업이익 5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엔 사상 최고 실적인 매출 243조8000억원, 영업이익 58조9000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올해 실적은 부진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9년 매출 컨센서스(시장 추정치)는 231조원, 영업이익 전망치는 27조원으로 예상된다. 이익은 2017년의 절반 수준이다. 주당순이익(EPS)도 최근 3개 연도 최저 수준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 EPS는 2017년 5421원, 2018년 6024원에서 올해엔 3142원으로 추정된다. 내년 예상 실적은 매출 255조원, 영업이익 37조원으로 추정된다. 올해보다 각각 10.4%, 37.0%씩 늘어난 수치다.
실적은 아직 과거 최고치와 격차가 크지만 주가가 먼저 회복된 셈이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 타결에 따른 글로벌 리스크가 감소하며 외국인 매수가 집중된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이달 초에 비해 7.6% 상승했다. 이세철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연구위원은 "실적이 바닥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내년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나타나고 있는 데다, 한국을 떠났던 외국인들도 삼성전자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12월 2~19일 삼성전자 주식 734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9943억원의 74%에 이른다. 물론 여기엔 내년 D램 가격 회복 전망이 뒷받침된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Gb 가격은 올해 1월 6.06달러에서 이달 2.9달러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내년 초 3달러를 회복한 후 연말엔 4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위원은 "서버 D램 재고는 내년 1분기 이후 정상화가 예상된다"며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의 클라우스서비스 경쟁 심화와 넷플릭스·유튜브 등 동영상 서비스 확대로 인터넷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주요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서버 증설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18일 발표된 미국 반도체회사 마이크론의 내년 시황 전망도 삼성전자에 긍정적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마이크론이 내년 D램 생산량 증가는 시장 수요 대비 소폭 상회, 낸드는 크게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이는 회사 측이 내년에 적극적인 낸드 신규 설비 투자를 자제하겠다는 의미로, 시장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연구위원은 "5G폰 메모리 스펙이 올라가면서 반도체 채용량이 평균 40% 확대되고, 5G폰 판매가격은 2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증권사들도 삼성전자 목표가를 6만원대로 제시하고 있다.
주가 상승에는 자산 증가와 주주친화적 배당정책도 한몫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3분기 총자산은 353조4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3분기에는 337조2000억원에 불과했다. 1년 새 16조2000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자산 증가에
삼성전자는 배당 등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12조9000억원을 배당했으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배당 목표는 28조8000억원이다.
[정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