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위해 금융위원회는 금융권 여신부문 면책시스템 개편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면책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금융권 자금이 기업으로 활발하게 흘러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금융회사들의 '보신주의'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면책제도 개편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그러나 국내 시중은행에서 기업 대출을 총괄하는 여신담당 임원들 중 40%가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의견이다. '정부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60%로 더 많았지만 사실상 정부 의지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결과는 매일경제가 10개 은행 여신 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면책제도 개편'을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왔다. 설문조사는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SC제일·씨티·KDB산업·수출입·IBK기업은행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이 금융당국 의지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로는 '금융위원장이 바뀌면 흐지부지될 것' '은행 내 성과지표 등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각각 36.1%) 등이 꼽혔다. '정권이 바뀌면 없었던 일이 될 것'이라는 응답도 27.8%에 달했다. 설문은 항목에 따라 복수응답도 가능하도록 했다.
금융감독원이 2014년 개편한 '여신면책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로는 '성과평가(KPI)에서 불이익을 받는다'(22.9%), '굳이 모험을 할 이유를 못 찾겠다'(22.4%) 등의 응답률이 높았다. 당시 금감원은 열거된 사유 외에는 모두 면책하도록 해 면책 범위를 넓혀주는 방향으로 규정 체계를 전환했지만 은행들의 '보신주의' 관행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금감원 규정이 여전히 불확실하다'(17%), '겹겹이 쌓인 금융 규제'(13.7%), '금융 당국을 믿지 못하겠다'(10.7%), '정치적인 희생양이 됐던 선례가 있다'(4.8%) 등 응답도 있었다.
금융위가 추진 중인 '익명 비조치의견서'를 활용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40%는 이를 활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익명 비조치의견서는 금융회사가 규제 위반 여부를 금융당국에 사전에 익명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절차가 번거로울 것' '면책이 되더라도 성과지표에 도움이 안 된다면 활용할 필요가 없다' '실질적인 효과가 불확실할 수 있다' 등이 이 제도를 활용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꼽혔다.
'위험도가 높은 대출을 승인해야 할 때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33.3%가 '여신 회수를 위한 보장 방안'을 꼽았다. '사내 성과지표(KPI) 측정 항목에서 배제'와 '조직 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이 각각 23.3%로 집계됐고, '금융당국의 서면 보장'도 20%로 나타났다.
여신 담당 임원이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자금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26.7%)을 선택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23.3%는 '금융 당국 제재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보다 진취적으로 기업 여신을 집행하기 위해 선결돼야 할 과제로는 '자금 회수의 구체적인 방안'(27.4%), '금융당국의 일관된 태도'(23.7%), '경직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인센티브'(18.1%) 등이 꼽혔다.
설문에 참여한 여신 담당 임원들은 '면책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