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23~24일 이틀간 삼성전자만 1279억원, 5578억원씩 매도하며 지난 17일 5만6700원까지 올랐던 주가를 다시 5만5000원으로 끌어내렸다. 8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오던 SK하이닉스도 24일만큼은 1623억원을 순매도했다.
전통적으로 '산타랠리'는 미국 증시를 중심으로 연말연시 동안 주가가 오르는 경향을 보이는 걸 뜻한다. CNBC에 따르면 2008~2018년 10년 동안 '산타랠리'는 미국 증시에서 S&P500지수를 기준으로 8차례 나타났다.
비슷한 계절성을 보이는 현상으로는 '1월 효과'가 있다. 1월 주가 상승률이 다른 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25일 에프앤가이드가 2010~2019년 10년간 코스피 월별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1월 평균 수익률은 1.21%로 3월, 4월, 9월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2000년부터 20년간을 봐도 1월 코스피 평균 수익률은 1.13%로 12개월 가운데 여전히 수익률 5위권 안에 들어간다.
'산타랠리'는 국내 증시를 지나갔지만 증권가에서는 내년 코스피에서 '1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계절적인 경향을 믿기 때문이 아니다. 경기순환적 반등과 내년도 실적개선 기대감, 반도체 등 글로벌 제조업 경기의 완만한 회복세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코스피가 상승 추세로 진입한 요즘 미국 주식시장 과열에 대한 투자심리 해석,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의 초과 성과 달성 여부 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면서 "2020년에는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을 3.0%로 전망하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 경기 회복 모멘텀에 따른 외국인 매수세도 일부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무역협상 진전 속도와 글로벌 실물경제지표 개선에 따라 내년 무역분쟁 완화 국면에서 한국이 최대 수혜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높은 수출의존도가 오히려 무역분쟁 완화와 세계 교역량 증가로 인한 경기 회복세에 레버리지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는 1단계 무역합의가 2·3단계 합의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기저에 존재한다. 2단계 무역합의가 미국 대선 전에 시작된다면 추가 관세 인하나 철회에 대한 기대감이 유지되면서 그간 강세를 보인 미국에 비해 추가 상승 여력이 남은 한국 같은 신흥국 증시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신증권은 지난 24일 코스피 예상 전망치를 기존 1900~2480에서 하단을 상향 조정한 2100~2480으로 수정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코스피가 완연한 '1월 효과'를 누리려면 반도체 외 다른 업종에서도 업황 턴어라운드에 대한 믿음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에도 코
이경민 대신증권 팀장은 "반도체를 제외한 타 업종에서도 내년 실적에 대한 신뢰가 확보돼야만 국내 증시 밸류에이션이 한층 높은 수준으로 올라설 전망"이라고 밝혔다.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