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매일경제가 KB·신한·NH농협금융지주의 연말 CEO 인사를 분석한 결과 자회사 CEO 임기가 만료되는 20곳 중 18곳(90%)에서 기존 CEO가 재선임됐다. 이에 따라 CEO 19명(KB자산운용은 공동대표 체제)이 내년 말까지 임기를 보장받게 됐다.
실적이 뒷받침된 점이 연임을 이뤄낸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됐다. 작년 실적과 비교 가능한 자회사를 기준으로 연임에 성공한 CEO 17명은 올 1~3분기 순이익 4조2695억원(개별 기준)을 올렸는데 이는 작년 동기(4조688억원)보다 4.9% 증가한 숫자다. 개별 CEO 기준으로 보면 작년보다 더 많은 순이익을 올린 CEO는 17명 중 11명(64.7%)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 들어 초저금리 시대 돌입, 파생결합펀드(DLF) 등 수수료 수익 감소 같은 경영환경 악화와 정부의 신예대율 규제 등으로 어느 때보다 실적을 올리기 어려웠는데, 대부분 실적개선을 이뤄낸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허인 은행장이 이끄는 KB국민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순이익 2조67억원을 내 시중은행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작년 같은 기간(2조793억원)보다는 순이익이 3.5% 감소했다. 가계대출 1위 국민은행이 대출 증가를 통제하는 금융당국의 신예대율 규제 도입에도 선방한 점과 문제가 된 DLF 판매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게 감안됐다는 평가다.
허 행장을 포함해 연임한 CEO 19명의 평균 나이는 57세로 나타났다. 최고령자는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60)이다. 그동안 AIG생명,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 에이스생명 등에서 10년 이상 CEO를 역임했고 향후 신한생명과 통합하는 과정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돼 연임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오렌지라이프는 지난 2월 신한금융에 인수됐으며 올해 3분기까지 순이익 1251억원을 올리며 신한금융이 KB금융을 제치고 '리딩 금융지주'가 되는 데 공헌했다.
연임한 CEO 중에서는 유독 59세 '쥐띠'가 많은데 이대훈 NH농협은행장도 이 중 하나다. 이 행장은 경기도 포천의 농촌 지역에서 태어나 농협대를 나온 이후 줄곧 농협에만 재직해왔다. 행장이 된 이후로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키우고 있다. 농협은행의 올 3분기까지 순이익은 1조1894억원으로 작년보다 28.2%나 증가했다.
최연소 CEO는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사장(49)으로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종합기술금융(현 KTB네트워크)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을 거쳐 2000년 한국투자파트너스에 합류한 정통 벤처캐피털리스트다. 이 같은 경력을 인정받은 그는 지난해 KB 내부 인사 관행을 깨고 외부에서 영입돼 큰 관심을 모았다.
연임한 CEO의 출신 대학을 보면 허 행장을 포함해 서울대(6명·31.6%)가 가장 많았고 고려대 동국대 한국외국어대(각각 2명)가 그 뒤를 따랐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59)은 1986년 입행한 이후 2013년 부행장이 되기까지 28년간 신한은행에 있다가 증권사(신한금융투자)와 지주사 등을 거쳐 2017년 이후 신한카드 사장을
고졸 출신으로 연임에 성공한 CEO는 신한금융 자회사 중 한 곳인 제주은행에서 나왔다. 서현주 제주은행장(59)은 올해 순이익 158억원을 기록했고, 재무건전성 면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