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15억원을 초과하는 비싼 아파트는 대출이 전혀 안 되기 때문에 전세가 껴 있어야 거래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고민하던 집주인들이 전세로 들어가는 것을 조건으로 매수자를 찾아 달라고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은퇴자들이 멀쩡히 살던 자기 집을 팔고 스스로 전세살이를 택하는 것은 지나친 보유세 부담 때문이다. 물론 고령자 1주택자의 경우 12·16 대책에서 강화된 종부세 장기보유 세액공제(60세부터 연령대별 공제율 10% 상향) 등으로 정부 주장처럼 다주택자에 비해선 세 부담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다주택자들이 임대보증금 인상, 반전세 전환 등으로 세입자들에게 세 부담을 전가할 수 있는 것과 달리 1주택 은퇴자들은 고정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세금 인상분을 맨몸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느끼는 압박감이 훨씬 큰 상황이다. 여기에 공제 혜택이 강화돼도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 때문에 은퇴자들이 실제로 내야 하는 돈은 결과적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매일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에게 의뢰해 시뮬레이션(내년 공시가격 상승률 10% 인상 가정)한 결과에 따르면 대치선경, 반포주공1단지 등 서울 강남권 주요 단지의 중대형 평형을 보유한 고령층 1주택자의 내년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부담은 올해보다 15% 이상 늘어난다. 우 팀장은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때문에 보유세 부담은 내년 이후에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며 "인상률이 높지 않더라도 고정수입이 없는 은퇴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살던 집을 팔고 집주인이 곧바로 전세로 들어가면 집을 매수하려는 매수자 입장에서도 공실 부담이 없고 초기 자금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15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매도자(집주인)가 내는 전세금만큼 은행 대출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은퇴자들은 매수자 측 초기 자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전세금을 시세보다 1억~2억원가량 높여주는 '꼼수'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