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신년기획 / 지구촌 제로금리 공습 ⑤ ◆
윈저에서는 매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은퇴자들의 사회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1층에 위치한 대형 강당에서는 와인 테이스팅에서부터 유명 작가의 책 낭독, 두뇌 개발을 위한 게임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이곳을 안내해준 게비 에이놀즈 매니저는 "노인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만나고 적절한 수준의 운동을 해야 한다"며 "커뮤니티에서 열리는 이벤트 대부분은 이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윈저에서는 새 프로그램으로 디지털 금융교육을 추가했다. 미국에서도 비대면거래를 통한 금융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데 이를 제대로 이용하는 노인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 조사에 따르면 미국 65세 이상 인구의 67%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온라인뱅킹 이용자는 절반이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65세 이상 인구의 약 80%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만 이들 중 14%만이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윈저에서는 매주 1시간씩 PC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금융거래 방법을 반복해서 교육 중이다. 에이놀즈 매니저는 "프로그램 설치와 아이디를 만드는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까지 전 과정을 실습한다"며 "같은 내용을 여러 차례 반복해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윈저에서 디지털 금융교육을 실시한 이래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한 노인들의 외출이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일부 노인의 경우 소액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사례도 나왔을 정도다.
미국은 대형은행들도 이러한 디지털금융 교육에 적극적이다. 미국 10대 은행에 꼽히는 캐피털원은 노인에게 특화된 동영상 형식의 온라인·모바일뱅킹 학습프로그램인 '레디, 셋, 뱅크(Ready, Set, Bank)'를 개발해 보급 중이다. 60여 개의 동영상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온라인뱅킹에 대한 소개에서 시작해 사용법과 계좌관리 등 금융 관련 전 과정을 담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자산 기준 1위인 ING은행이 금융 포용을 넓히는 방편으로 시각장애인 단체, 고령자 단체와 제휴를 통해 금융상품 개발과 서비스 제공에 대해 정기적인 컨설팅을 받고 있다. 또 실무단의 기획자, 모바일 앱 디자이너, 개발자 등은 디지털 소외계층과 접근성에 관한 교육을 따로 받는다.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에 고령층이나 시각·청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테스트도 반드시 거친다.
ING그룹의 브랜드 담당 마크 스멀더스 씨는 "ING는 디지털이 얼마나 쉽고 명확한지 고객이 알기만 하면 금세 이용할 것이라고 본다"며 "그렇게 할 수 없거나 하고 싶지 않은 고객을 위해 전통적인 방식도 남겨뒀다"고 말했다.
ING은행이 지난 7월부터 '집처럼 편안하게'라는 콘셉트로 향후 2022년까지 전 세계 모든 지점을 개편하는 계획에 착수한 것도 그 접점의 일환이다. 새로운 지점 모습은 편안한 카페나 공유오피스 라운지를 벤치마킹했다. 스멀더스 씨는 "단순히 지점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역할에 맞게 새로 만드는 것"이라며 "지금도 각 지점에는 고객이 디지털뱅킹을 배울 수 있는 '디지코너(Digi-Corner)'가 있지만 앞으론 더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점포 통폐합의 대안으로 움직이는 점포로 금융 접근성을 보완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은행(RBS)은 한 지역에 '지점' 개념으로 있는 은행이 아니라 매주 버스로 여러 지역을 순회하는 은행을 운영 중이다. 원래는 스코틀랜드의 멀리 떨어진 지역 고객을 위해 1946년부터 시행된 서비스인데 최근에는 요양원과 시각장애인센터 등 440여 개 커뮤니티가 이를 이용할 정도로 확대됐다.
노년층의 디지털금융과 관련해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이다. 미국 정부는 2017년 10월 노년층에 대한 금융사기 등을 막기 위한 법을 제정했다. 상·하원의 초당적인 지지를 받아 통과된 이 법은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전화 또는 이메일 사기에 대해서는 벌금 또는 몰수 등의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도록 관
[특별취재팀 = 이승훈 차장(샌프란시스코·LA) / 김강래 기자(도쿄) / 정주원 기자(런던·암스테르담·바우트쇼텐) / 이새하 기자(스톡홀름·코펜하겐·헬싱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