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신문이 부동산 전문가 50인에게 올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27명(54%)이 현재 부동산 경기를 '상승 후반기'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정점'이라는 응답자가 20%로 그 뒤를 이었고, 아직 '상승 전반기'로 보는 전문가는 12%로 나타났다. 하락 전반기가 10%, 하락 후반기나 저점이 각각 2%로 이미 하락장에 들어섰다는 의견은 14% 정도였다.
올해 서울 집값 전망으로는 상승 70%, 현 수준에서 안정 18%, 하락 12% 순으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지역은 상승 46%, 현 수준 안정 28%, 하락 26% 순이었다. 지방 주택가격은 하락이 52%, 현 수준 안정이 32%, 상승이 16%로 하락 전망이 우세했다.
다만 지난해에 올해 부동산을 전망한 것에 비해선 모든 지역에서 상승 전망 기류가 강해졌다. 정부의 12·16 부동산대책 이후에도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의 부동산 시장에 응축된 상승 에너지가 남아 있다는 얘기다.
황규완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해 상반기면 정부 규제로 인한 일시적 집값 조정이 끝날 것"이라며 "상반기엔 그간 저평가 받았던 지역에 투자자금이 몰렸다가 하반기에 다시 서울로 돈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주택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이 어디냐는 질문에 대해선 다소 의외의 대답과 뻔한 답변이 함께 나왔다. 전문가의 28%가 광진, 강북, 노원, 도봉, 중랑, 성북, 동대문, 성동 등 서울 동북권을 꼽아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소위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을 포함한 서울 동북권은 그간 상승장에서 소외되며 가장 더디게 움직였던 곳으로, 고가주택 규제에 대한 풍선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상승장 막판의 풍선효과는 과거 노무현정부 때도 유사하게 발생한 바 있다"며 "서울 동북권에 9억원 미만 아파트가 집중돼 해당 지역으로 고가주택 규제에서 자유로운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 전망과는 달리 서울 강남4구가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도 26%나 나오면서 2위를 차지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12·16 대책으로 강남 아파트가 전국적인 수요 대상임을 온 국민이 다시 알게 됐다"며 "일시적으로 거래가 위축될 수는 있겠으나 교육열 측면에서 강남권 아파트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유 자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때 어떤 상품을 권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재건축 앞둔 아파트'가 압도적인 1위였다. 전문가의 32%가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를 골랐고, 기존 아파트(18%), 재개발을 앞둔 주택(10%), 토지(10%), 중소형 빌딩(8%), 오피스텔 등 수익형 주택(6%), 부동산 펀드(4%)가 뒤를 이었다.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을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꼽으며 점점 더 세게 억누르고 있지만, 되레 이런 규제들이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며 정비사업장의 가치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재건축 대상 단지가 줄어들면서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이 높아져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제 코람코자산신탁 동향분석팀장은 "낡은 아파트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져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필요하다"며 "입지가 탁월하고 신축 잠재력을 품고 있어 특정 정권 규제와 무관하게 매력이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기습적으로 내놓은 12·16 대책에 대해선 집값 안정화에 다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 효과를 위해선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12·16 대책이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다소 그렇다'는 답변이 40%로 가장 많았고, '보통이다'가 24%, '매우 그렇다'가 8%로 긍정적 답변이 많았다. 다만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들이 중장기적으로 집값 안정화로 이어질 것이냐는 질문에 전문가의 78%가 부정적이었다. 송인호 부장은 "이번 정책으로 시장에 9억원 이하의 아파트에 대해서는 가격을 올려도 좋다는 잘못된 신호를 줬다"고 꼬집었다.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규제로 특정 지역을 눌러도 다른 지역으로 투자자금이 이동하는 풍선효과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는데, C학점 이하의 부정적 평가가 78%에 달했다. D학점이 36%로 가장 많았고, C학점이 26%, B학점이 20%, F학점이 16% 순이었다. A학점은 1명(2%)에 불과했다.
<설문에 참여한 50인 전문가>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
고종옥 코쿤하우스 대표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
구명완 엠디엠플러스 대표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대표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정책본부장
김민수 스마트하우스 대표
김병기 리얼하우스 분양평가팀장
김성제 코람코 자산운용팀장
김세원 내외주건 상무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이사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
김윤수 빌사남 대표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박천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방송희 한국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
백준 J&K도시정비 대표
손상준 도우씨앤디 대표이사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
윤상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이명수 리얼앤택스 대표
이상근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
이준용 한국감정원 시장분석연구부장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임성환 ABL생명(구 알리안츠) WM센터장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최창욱 건물과사람들 대표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
황규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황덕규 나이스신용평가 실장
[전범주 기자 /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