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발생 이후엔 집을 보러 오는 손님이 거의 없어요. 집을 보여달라고 하면 기존 세입자가 손사레를 치기 때문에 전화 문의 정도만 가능한 상태에요.(잠실 인근 공인중개사)"
12·16 부동산대책에 이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감염 우려까지 겹쳐 서울 부동산 시장이 사실상 '셧다운' 상태로 돌입했다. 강남권·마용성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꺾여 매매량이 급감한데 이어 우한폐렴 우려에 지난해말 활발하던 전월세 시장까지 거래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6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울아파트 매매거래량은 43건(5일자 계약신고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하루 한자리 수 꼴에 불과하다. 지난해 하반기 꾸준히 월 1만여건을 유지하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2·16 대책이 발표된 12월 8500건대로 꺾였고 규제 효과가 본격화된 올 1월 2300여건으로 급감했다.
특히 집값 상승세가 꺾인 강남권·마용성 위주로 거래량이 뚜렷한 하락세다. 집값이 7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선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는 이달 집계된 건이 현재까지 5건에 불과하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2월 첫주(3일 기준) 주간 아파트 매매동향에 따르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는 재건축단지 위주로 급매물이 나와 하락폭(-0.03%→-0.04%)이 커졌다.
윤지해 부동산114수석연구원은 "12·16대책 이후 시장 냉각 시점은 지난 2018년 9·13대책 이후보다 두달 가량 빠른 편"이라며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가 쌓인 상황에서 재차 초강력 대책이 발표되고 우한 폐렴까지 겹쳐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이뤄지고 있는 거래는 그간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던 서울 변두리 지역 9억원 이하 매물 위주다. 강남 등 핵심지 매수대기자들은 큰 폭 호가 하락을 원하지만 집주인도 대책 이후 조정받다 다시 올랐던 학습효과로 호가를 떨어지질 않고 급매가 아니면 거래가 아예 성사되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둔촌주공 등 올 상반기 분양예정 물량이 많아 매매 수요가 대부분 청약 대기 수요로 돌아서고 있다.
서울 매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갈 곳 잃은 유동성은 이른바 수용성(수원·용인·성남)으로 대표되는 수도권으로 쏠리고 있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올 1월 경기도 전체 아파트거래량은 1만2409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6845건) 대비 2배 가량 급증했다.▶관련기사 A26면
최근엔 우한폐렴 여파로 지난해말 뜨거웠던 서울 전월세 시장까지 빠르게 얼어붙었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거래량은 6858건으로 지난해 12월(12021건)의 절반 수준으로 꺾였다.
전월세 거래가 뜸해진 것은 지난해 말 전월세 거래가 집중됐고 12·16대책으로 전세자금대출이 어려워지면서 매물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실종된 탓이 크다. 우한폐렴 리스크까지 겹치자 더욱 위축되는 모
기존 집주인이나 세입자들은 혹시나 모를 감염을 우려해 낯선 손님들에게 집을 보여주는 것 자체도 꺼린다. 실제로 이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19번째 확진자가 송파구 1만가구 규모 대단지 거주자로 확인돼 송파구 일대 부동산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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