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많아도 선플 하나에 행복…지금은 팬들이 가장 소중합니다
김태원은 얼음 임재범은 불덩어리…내안의 검을 갈고 닦아준 멘토
전성기라면 전성기를 맞이한 로커 박완규(38)는 까칠한 말투를 지닌 고집불통이기도, 팔십 할머니가 부르는 노래를 듣다 엉엉 우는 사내이기도 하다. 후배 로커를 위한 터를 닦는 그는 이제 '불통'이 아닌 '소통'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한다. 5일간 스타가 직접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MBN의 '스타토크멘터리 마이스토리'의 촬영을 위해 서울 스튜디오를 찾은 박완규를 만났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뭔 줄 아냐? 무관심이다." 1996년 부활에 처음 들어간 그에게 리더 김태원이 해준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팬들의 무관심에 놓여 있었다고 털어놨다. "행복합니다. 가정 못 지키고, 애들 힘들게 키웠고 부모님께 효도 못했고 인생 빵점이에요."
한동안 그는 "버릇없다" "도전적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특유의 발성 연습 때문에 그럴 거예요. 밑에서 소리를 끌어내려고 호흡을 실어 연습을 하다 보니까 평소에도 다소 투박하고 거친 말투가 나오는 거죠."
말투 말고도 그에게 싸움꾼 이미지를 준 사건은 또 있다. '하얀 풍선' 사건이다. "2000년 1월에 제 공연에 흰 풍선을 들고 있던 앞줄 팬들한테 '뒤에 사람 안 보이니까 나가'라고 화를 냈어요. 그때 팬클럽이 와해됐죠."
그는 악플도 꽤 달고 산다. 하지만 이젠 개의치 않는다. "아기가 생기니까 폼 잡고 '천년의 사랑' 부를 때도 머릿속에서 '아 내일 카드값 어떡하지' 그 생각하고 노래 부르게 되더라고요. 악플 같은 것에는 전혀 미동도 안 해요. 제가 항상 버티는 정신은 1대100 정신입니다. 악플 100개보다 선플 1개 보면 기분이 좋아요."
이젠 누구보다도 팬의 소중함을 느끼는 그다. "그래도 남아 있던 팬들이 10년 후 제 공연을 만들어 주셨어요. 얼마 전엔 팬카페에 글을 남겼어요. 큰 머리 안에 1테라바이트급 하드를 장착해서 여러분의 일거수일투족과 이름과 얼굴 생김새와 사시는 곳과 다 넣고 다니고 싶다고. 지금도 200~300명 정도는 외우고 있는데, 5000명 정도 되는 팬들을 다 외우려면 그 정도 필요할 것 같아서요."
지금의 그를 만들어 준 건 멘토 두 사람 덕분이다. 바로 김태원과 임재범이다.
"전설로만 통해 내려오는 그런 검이 제 안에 있어요. 겉에는 불이 확 타오르는데 안은 얼음으로 불과 얼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그런 검. 태원이 형님은 얼음이에요. 굉장히 차가워요. 말 한 마디가 그냥 얼음장처럼 사람 마음을 완전히 쫙쫙 찢어요 그냥."
김태원은 그에게에선 가장 무서운 사람이다. "세상에 무서워하는 사람이 딱 한 명만 존재해도 그 사람은 성공한 삶을 산다는 말을 들었는데 전 무서워하는 사람이 태원이 형이에요. 제일 무서워요. 무서워한다는 건 존경한다는 의미와 같아요. 잘못된 점을 그대로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죠."
반면 임재범은 불덩어리다. "제가 몸에, 제 마음에 화약을 갖고 있는데 이게 터지지 않으면 형님이 불을 질러요. 터뜨리라고. 호통을 잘 치세요. '너 이놈의 시키. 이놈 시키야. 똑바로 해'라고. 그래서 형 별명이 호랑이, 백호잖아요."
1996년부터 3년간 부활의 보컬을 맡았지만 길거리에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건 최근이다.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출연 이후였다. "이소라 누나가 떨고 천하에 임재범이 나와서 긴장하는 모습?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처음엔 이런 프로를 왜 만드나 싶었어요. 이 프로그램이 폐지돼야 된다고 씹고 다녔죠." 그런 그가 결국 나가수 대미를 장식했다. "박완규를 재조명해 주셨죠. 지금은 나가수에 감사합니다."
그에겐 지낸해에 큰 위기가 있었다. 성대가 딱딱하게 굳어서 말하는 것조차 어려웠던 것이다. 바로 앞에서 이야기를 하려 해도 크게 소리쳐야 했다. 지금 노래할 수 있는 걸 그는 기적이라 했다. "수술을 해도 의사가 노래는 못한다고 했죠. 재활을 하기로 태원이 형과 약속하고, 식염수로 늘 소독을 했어요. 열심히 하다 보니까 염증이 한 달 만에 없어지더라고요. 6개월 이상 지났는데, 이제 좋아요."
박완규는 최근 부활 멤버 서재혁와 김태원이 교수로 있는 한국예술종합전문학교에 2012학번 새내기로 입학했다. "너무 많은 것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에 다니면서 패기 넘치는 학생들을 보면서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쓰고 싶은 거죠. 솔직히 '어, 나 인기 많아
끝으로 조금은 식상할 법한 질문을 던졌다. 록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록은 직설적인 언어예요. 대중이 매번 사랑 문제만 얘기하진 않아요. 그들이 하고 싶은 많은 말이 있습니다. 대중의 입과 입을 통해서, 대중이 모이는 장소에서 들리고 불리는 노래, 그런 노래를 전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