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 우리 조상들은 모시를 즐겨 입었는데요.
통풍이 잘 되는데다 은은한 기품까지 있어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입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려운데요.
모시의 고장을 찾아 잊혀져가는 그 매력을 살펴봤습니다.
이상은 기잡니다.
【 기자 】
가느다란 모시 실이 나무베틀 위에서 고운 옷감으로 변해갑니다.
베틀 위를 바삐 움직이는 것은 바디, 모시 실을 짜는 역할을 합니다.
참빗처럼 촘촘한 바디에 모시 실을 끼워 짜기란 쉽지 않습니다.
툭하면 끊어지기 일쑤.
그러나 60여 년간 모시를 만져 온 방연옥 씨의 손길은 노련합니다.
▶ 인터뷰 : 방연옥 / 중요무형문화재 14호
- "정말 어려웠어요. 모시를 배우는 것이. 처음엔 어린 마음에 '모시를 하면 부자로 살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부자로 살겠다' 싶어 시작했지만, 작업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 스탠딩 : 이상은 / 기자
- "이렇게 한 필의 모시를 베틀에 올리기까진 온몸을 활용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먼저 모시풀에서 뽑아낸 굵은 실을 일일이 입으로 쪼개 가늘게 만듭니다.
입안이 헐고 입술이 찢어지는 일도 다반사.
침을 바른 뒤 허벅지에 문질러 길게 잇고 손짐작으로 21.6m의 길이로 실타래에 감습니다.
한산모시짜기는 지난해 11월,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습니다.
전통 방식을 1500년 동안 지켜온 것이 그 이유.
그러나 이를 계승하려는 사람은 찾기 어렵습니다.
방 씨에게 모시 짜기를 배우러 온 제자는 불과 세 명.
일을 배우려면 전적으로 매달려야 하지만 지자체 지원금이 한 달에 50만 원에 불과해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최고 권위자인 방씨도 정부 지원금 130만 원에 알음알음으로 판매한 30만 원이 고작이어서 생활형편이 넉넉지 않습니다.
▶ 인터뷰 : 방연옥 / 중요무형문화재 14호
- "생활비를 좀 넉넉하게 주면 (젊은 사람들이) 와서 모시를 배우려고 하지 않겠나…."
어려운 상황에도 방 씨는 오는 10월, 유네스코 후원으로 인도 첸나이에서 열리는 '무형유산 전통공예 국제회의'에 한국인으론 유일하게 참가합니다.
모시 짜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1500년 전통의 멋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포부입니다.
MBN뉴스 이상은입니다. [ coool@mbn.co.kr ]
영상취재: 이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