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영화 속 모습은 실제 내 모습에 가깝다. 보통 다른 역은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뺘져나오고 말 게 없었다”면서 어깨를 들썩였다.
이번 작품은 2011년 476만명을 모은 '조선명탐정'의 2편격이다. 전편에 비해 인물의 캐릭터가 또렸해졌으며 코믹한 색채는 진해졌다. 탐정의 이름은 1편때 김진이었으나 이번엔 그의 실명을 따서 '김민'으로 바뀌었다.
"우리 영화는 유쾌한 본연의 색깔이 있죠. (김석윤) 감독님은 격조있게 만들길 원했지만 제가 반대했어요. '찌찌뽕'을 능가하는 유치한 설정을 많이 집어넣었습니다.”
바닥을 울리는 굵은 저음을 타고 '찌찌뽕'이란 말이 튀어나와서 움찔했다. 그는 "나는 주변에서 만류할 정도로 꾸밈없고 솔직한 사람”이라며 웃었다. 지난 3개월간 촬영장 분위기를 띄운 것도 그였다. '코믹 연기의 달인' 오달수는 말수가 없고 할 말이 있어도 귓속말로 몇 마디할 뿐이라고.
그래도 연기 얘기가 나오자 진지 모드로 돌변했다. 그는 매일 아침 화장실에서 10분간 책을 읽으며 발성을 연습한다. 작품이 들어오면 시나리오 여백에 인물의 과거를 상상해 깨알같이 채운다.
"연극과(서울예대)를 나왔는데 교수님들께 배운 대로 할 뿐이에요. 고양이 관찰하고 연기하는 숙제가 있으면 동네 도둑고양이를 10시간씩 관찰했어요. 보고 느끼는 게 배우잖아요. 발성, 신체 훈련은 기본으로 하는거죠. 나태해지면 안돼요.”
1996년 S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지난 19년간 "몰입하는 재미로 연기했다”고 했다.
"'슛'(촬영)이 들아가면 오감이 발동해서 먼지 하나가 날려도 의미있게 다가와요. 스치는 바람, 땅의 기운이 막 느껴지는데 연기자가 아니었다면 이 에너지를 어디에 분출했을까 싶어요. 배우가 된 게 감사하죠.”
이 세상에 쉬운 역할이 없다는 배우는 원대한 꿈이 있다.
"조선명탐정이 10탄까지 나왔으면 좋겠어요. 2년에 한번씩 해서 명탐정이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요. 저는 (몸이) 괜찮을 것 같은데 달수 형이 걱정이죠.”
너스레가 끝이 없다. 우선 2탄이 잘돼야 3탄이 나올텐데….
"혹시 (흥행이)안되더라도 아고라에 청원 운동이라도 해서 3탄이 꼭 나와야 한다고 얘기 좀 해주세요.하하”
꿈틀대는 '개그 본능'을 그동안 어떻게 눌러왔나 싶다.
[이선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