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뉴에이지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스티브 바라캇(42)은 길 위에서 음악을 얻는다.
지난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그는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 내 피아노 선율의 자양분”이라고 말했다.
2년에 걸쳐 2003년 완성한 교향곡 ‘애드 비탐 애터넘’ 은 세계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영감을 받았다. 운동 선수와 불교 철학자, 의사, 노인들과 나눈 대화가 음표가 됐다. 16악장으로 이뤄진 이 곡 제목은 영원을 뜻하는 라틴어다.
“인생을 담은 교향곡이에요. 탄생부터 죽음까지 단계들을 표현했죠. 관객들이 삶을 되돌아볼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어 작곡했어요. 바쁜 현대인들은 TV에서 다른 사람 인생을 접할 기회는 있지만 정작 자기를 돌아볼 시간이 없어요.”
오케스트라 악기들이 대화하는 듯한 이 곡은 합창단을 포함해 120명이 연주한다. 8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대곡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다. 김봉미가 지휘하는 헤럴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80명과 청주MBC어린이합창단 40명이 호흡을 맞춘다. 이날은 세계 여성의 날로 그가 직접 날짜를 골랐다.
바라캇은 “내 음악을 즐겨듣는 한국 여성들을 위해 연주하고 싶다. 여성 문제가 수면 위에 떠오르고 그들이 좀 더 인정받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의 음악은 국내에서 유독 인기가 많다. 영화와 드라마, 라디오 프로그램에 그의 선율이 자주 흐른다. 자유롭게 비상하는 듯한 ‘플라잉(Flying)’은 시상식에서 단골 배경음악으로 울려퍼지고, 청명한 리듬이 돋보이는 ‘캘리포니아 바이브스(California Vibes)’ 는 KTX 정차역 안내방송에 깔린다.
그 환호에 힘입어 서울 무대에 자주 섰다. 1995년 첫 콘서트 이후 지금까지 100번 넘게 내한했다. 그 세월 덕에 불고기 뿐만 아니라 육회와 사찰음식까지 즐기게 됐다.
한국과 20년 음악 우정을 쌓아온 그는 “22세에 아시아 투어로 서울을 처음 찾았다. 내 기억 속 한국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 피아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저와 특별한 인연을 만들게 됐어요.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음반사·공연 관계자들, 예술가들과 교유했어요. 이번 공연은 그 보답 의미도 있어요.”
그의 피아노 선율이 유독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바라캇은 “내 음악이 시적이고 열정적이어서 한국인들의 감성과 잘 맞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캐나다 퀘벡시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그는 최근 신곡 ‘문라이트 드림(Moonlight Dream)’과 ‘디어 샬롯(Dear Charlotte)’을 소니뮤직을 통해 발표했다. 문라이트 드림에 대해서는 “뮤직 박스를 열면 나오는 음악을 상상하면 된다. 몽환적인 자장가 같은 곡이다. 꿈 속에서 반짝이는 별들을 떠올리며 작곡했다”고 설명
레바논 출신 할아버지를 둔 그는 다국적 문화와 여러 장르 음악에 열려 있다. 팝과 재즈, 클래식 음악, 전자 음악을 폭넓게 수용한다.
“음악은 진화 과정이에요.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고 창의적인 선율을 만들어야죠. 30년째 이 일을 하지만 항상 내가 맞나 의문을 가집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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