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 시리즈만의 얘기도 아니다. ‘은 비서의 이중생활’(8위), ‘앙큼한 나의 짐승’(9위)까지 10위권의 7권이 19금 로맨스 소설이다. 오프라인 서점에선 부동의 1위인 ‘미움받을 용기’도 전자책 순위에선 10위로 밀려났다.
‘19세미만 구독불가’라는 빨간 딱지가 붙여진 소설이 전자책 시장을 이끌고 있다. 국내 도서시장에서 전자책의 비중은 2% 수준(약 1000억 원)에 불과하지만, 연간 20%이상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그 원동력은 19금 로맨스의 인기다.
지난해 전자책 독자의 45.9%가 20~30대 여성이었다. 19금 소설은 이 비율이 70%까지 올라간다. 덕분에 예스24에선 전자책 매출의 약 60%가 로맨스 소설에서 나오고 있다. 1년이상 꾸준히 팔린 전자책 스테디셀러 차트에서도 20위권에는 그레이 시리즈 6권을 비롯해 ‘격정의 밤’(8위), ‘정숙한 주부의 특별한 경험’(9위), ‘서툰 유혹’(12위), ‘휴가지에서 생긴 일’(13위), ‘갖고 싶다’(15위), ‘황제의 연인’(16위)까지 제목부터 노골적인 19금 소설로 채워졌다. 자기계발서는 물론이고 일본 추리소설 ‘이누가미 일족’(20위) 한권을 제외하면 여타 장르 소설도 힘을 못쓰고 있다.
유독 전자책 시장에서 19금 소설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뭘까. 노골적인 제목과 표지를 노출하지 않고 단말기를 통해 지하철 등에서 ‘은밀한 독서’가 가능하다는 점과 저렴한 가격 때문으로 풀이된다. 19금 로맨스는 대부분 전자책으로만 출간된다. 한 전자책전문 출판사 대표는 “도서정가제 이후로 가격격차가 생기면서 19금 소설 시장규모가 급격히 커졌다”고 말했다. 전자책은 제작비가 저렴해 2500~4500원선의 가격이 10년째 유지되고 있다.
19금 도서는 오프라인에서 구입이 쉽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 교보문고 매장에서는 그레이 시리즈 1·2부가 진열된 모습을 볼 수 없다. 청소년이 출입하는 매장에선 법적으로 19금 도서의 노출이 불가능하다. 신분증을 보여주고 별도로 구입 문의를 해야 살 수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로맨스토리, 로망띠끄 등 19금 소설 전문 출판사도 생겨났고, 필명으로 활동하는 억대 수입을 버는 인기작가도 등장했다. 인기작가는 여러개의 필명으로 집필하는 경우가 많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설의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고, 음지
예스24의 e북팀 노윤정 장르문학 MD는 “전자책은 기본적으로 ‘19금 딱지’만 붙어도 잘 나간다. 전자책 전문출판사들이 신인작가를 활발히 발굴하며 작가군도 두터워지고 있어 시장은 앞으로 점점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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