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無冠)의 국보’로 불리는 국립중앙박물관 등 전국 국립박물관 소장품을 국가문화재로 등록하는 사업이 급속도를 내고 있다. 문화재청은 민간이 소유한 유물을 위주로 국가문화재를 지정해 왔지만 국립박물관 소장 유산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에 따라 지난해 전국 국립박물관이 보유한 유물 65건 181점을 국가문화재로 우선 지정하고 이어 단계적으로 범위를 확대해나가기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문화재청은 이성계가 조선건국전 발원해 봉안했다는 금강산 월출봉 출토 이성계발원사리기·희귀 고려나한도 6점·12세기 제작 은제 도금 탁잔·최고(最古)의 함통 6년명 금고(국립중앙박물관), 금령총 금제허리띠(국립경주박물관), 무령왕릉 금동제신발 등 일괄출토품(국립공주박물관) 등을 상반기 또는 하반기 중으로 국가문화재로 승격시키기로 하고 조사를 서두르고 있다.
내년 이후 추진될 목록에는 국보급이 부지기수다. 대표적인게 청자 투각 연꽃 무늬 베개, 청자 죽순 모양 주전자, 백자 청화 구름 용 무늬 항아리, 백자 철화 구름 용 무늬 항아리, 청자 상감 퇴화 풀꽃 무늬 조롱박 모양 주전자와 받침 등 국립중앙박물관이 갖고 있는 특급 도자기들이 대거 눈에 띈다. 청자 투각 연꽃 무늬 베개는 아름다운 연꽃과 모란꽃을 투각기법으로 장식해 화려함의 극치를 추구했으며 청자 죽순 모양 주전자는 장식·형태미, 비색유약 등 최상품의 고려 순청자가 갖는 요소를 모두 갖춘 본보기로 언급된다. 불교조각 중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간판급 불상 중 하나인 금동관음보상입상, 금동대세지보살입상 등의 금동아미타삼존불이 검토되고 있다.
양 기관은 앞서 지난해 5월 한국의 선사문화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원전 4세기 제작 농경문청동기가 처음으로 보물로 지정됐으며 12월 경주 월지(안압지) 출토 금동초심지가위(국립경주박물관 소장), 백제 의자왕때 대좌평을 지낸 사택지적이 불당과 탑을 건립하면서 세운 부여 사택지적비(국립부여박물관)가 각각 보물 리스트에 포함됐다. 올들어서는 3월 조선 초기 문인사회의 시화일치사상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산수화인 소상팔경도(국립진주박물관)도 그 바통을 이었다.
지난달에는 부드러운 선 처리와 단정한 형태, 시원스럽게 펼쳐진 무늬, 비색(翡色) 유약 등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간송미술관 소장품인 국보 68호와도 곧잘 비교되는 걸작 청자상감 구름 학 무늬 매병(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황룡사 9층목탑 금동 찰주본기(국립경주박물관), 원주 학성동 철조약사여래좌상(국립춘천박물관), 전(傳) 회양 장연리 금동관음보살좌상·정선 필 풍악도첩(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청 관계자는 “애초 약정된 181점 모두를 올해내로 조사해 하반기내로, 늦어도 내년초까지는 보물 예고까지는 마칠것”이라며 “내년부터 중장기 과제로 매년 최대 35점까지 지속적으로 등록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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