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대학로 연극인들의 대축제 서울연극제가 매년 무대를 올렸던 아르코예술극장(이하 아르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와 충돌하며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개최 이후 36년간 누적관객 105만 5778명을 기록한 대축제에 오점이 생긴 것.
아르코 앞에서 천막 농성을 펼칠 만큼 연극제 집행위가 지키고 싶었던 이번 행사의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서울연극제는 지난 1977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주최로 세실극장에서 처음 개최됐다. 첫 회이니만큼 규모는 단촐했다. 9개 극단 총 225명의 배우가 참여하고 114회에 걸친 공연으로 무대를 채워나갔다.
이후 10년은 서울연극제가 대학로 대표적 축제로 자리잡는 시기였다. 1985년까지 비슷한 수의 극단과 연극인이 참여했고, 매회 2만~3만5000여 명의 관객을 꾸준히 끌어들였다.
↑ 디자인=이주영 |
반등의 기회를 마련한 건 아시안게임이 개최되던 1986년이었다. 당시 서울연극제는 국제행사로 탈바꿈하며 5만 여명의 관객을 유치했다. 이어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면서 연극제 규모도 커지자 극단은 19개로, 참여 배우는 500명으로, 관객수는 12만4726명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두 번의 국제 행사를 거치면서 연극제가 국내 연극계 대표적 행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후 다양한 시도를 꾀했다. 1991년 자유참가작 상연을 시작하면서 참여극단이 29개로 늘어났다. 참여배우만 해도 730여명에 이르렀다. 관객수도 3만명 선을 꾸준히 유지하며 안정적인 행사로 거듭났다. 물론 지난 2001년 연극 이외에 무용을 끌어안으며 서울공연예술제로 명칭을 바꿨지만 3년 만에 다시 본모습을 찾으며 연극 정신을 지키고자 했다.
↑ 사진=서울연극협회 제공 |
현재 갈등을 빚고 있는 아르코에서 무대를 정식으로 펼친 건 지난 2006년부터다. 단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아르코 무대에 올랐던 서울연극제는 성대하게 막을 내린 지난해 행사까지 총 누적 참여극단 855개, 배우 8671명, 공연횟수 1만9848회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연극인에게 황금 같은 기회이며, 관객들에겐 다양한 실험극을 마주할 수 있었던 장이었던 셈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