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 히로시의 ‘사과가 쿤!’을 처음보면 왜 아이들이 좋아할까 궁금해하게 된다. 그림은 엉성하고 내용은 단순하다. 하늘에서 큰 사과가 쿵 떨어지고, 개미와 나비와 여우와 사자가 나눠먹는다. 비가오자 남아있는 윗부분을 우산 삼아 모두가 비를 피한다. 이 책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음매음매’‘엉금엉금’ 같은 의성어와 의태어가 처음 말을 배우는 아기들이 흥미를 붙이기에 좋다. 소아정신과의사 서천석은 “엉성해 보이지만 중요한 특징을 잡아 그린 그림체는 아이들이 재미있고 친근하게 동물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고 읽어준다
육아멘토로 자리매김한 서천석이 그림책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심도 있는 분석을 담은 책이다. 그림책의 주인은 어른이 아니라 아이라는 점을 역설하며 아이들의 변화무쌍한 마음이 그림책에 어떻게 드러나는지, 부모가
자신과는 다른 아이의 내면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친절히 안내한다. 국내 및 해외의 그림책 100여 권을 망라하면서 오늘날 그림책의 지형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은 부모, 자기 내면 속의 아이를 달래고 싶은 어른 도구에게 읽을 만한 책이다.
[김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