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아빠가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것을 보고 나도 아빠와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뮤지컬 ‘엘리자벳’을 통해 아빠와 함께 뮤지컬 무대에 오르고 있는데 정말 행복해요.”
뮤지컬 ‘엘리자벳’의 시작을 알리는 넘버 ‘엘리자벳’에서 관객들의 귓가를 사로잡는 목소리가 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이제 막 뮤지컬 무대에 발을 올린 ‘어린 루돌프’ 윤예담. 2005년생, 나이는 겨우 11살밖에 되지 않는 아직은 작고 어린 뮤지컬 배우 윤예담이지만 전 배역이 함께 부르는 넘버 ‘엘리자벳’에서 수많은 어른들의 목소리를 뚫고 당당하게 자기의 목소리를 낼 정도로 력과 성량만큼은 여느 성인 뮤지컬 배우 부럽지 않다.
적지 않은 존재감을 자랑하며 ‘엘리자벳’ 무대에 오르는 윤예담을 보며 감탄과 박수를 보내는 어른 관객들 또한 점점 늘어나고 있다. 큰 무대에 서서도 떨지 않을 뿐 아니라,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윤예담의 실력을 보고 ‘제발 이대로만 자라다오’라고 소원하는 팬들 또한 적지 않다.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엘리자벳’의 공연이 한창인 더운 여름날, ‘엘리자벳’ 공연에 한창인 윤예담과, 그의 아버지이자 극중 황제 프란츠 요제프 역으로 열연중인 배우 윤영석을 만나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다. 재미있게도 실제 부자지간인 ‘엘리자벳’에서도 부자지간 열연 중이라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어린 루돌프와 황제 요제프가 함께하는 장면이 없어 두 부자가 무대 위에 나란히 서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그럼에도 이들 부자는 한 무대에 함께 오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제가 아주 어릴 때요, 아빠가 하는 공연을 객석에서 봤어요. 정말 멋있었어요. 아빠 공연을 보면서 저도 아빠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고, 그렇게 저도 (뮤지컬을) 시작하게 됐어요.”(아들 예담)
“어느 날 예담이가 자기도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초연무대를 올리기 전 ‘엘리자벳’ 속 어린 루돌프를 솔로곡 ‘엄마 들려요’를 들려줬는데 애가 슬프다면서 막 우는 거예요. 다시 듣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그해 오디션을 포기했죠. 그리고 ‘엘리자벳’ 공연을 본 다음날이었을 거예요. 루돌프와 친해지고 싶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다음 재연 때 오디션을 신청했죠. 오디션 떨어지면 안 시키려고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능숙하게 오디션을 보더니, 탁 붙더라고요.”(아빠 영석)
성악가이자 뮤지컬 배우로서 활동 중인 윤영석의 끼와 작곡가로 활동했던 엄마의 음악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윤예담은 생애 처음으로 본 오디션에 덜컥 붙으며 공연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2013년 ‘엘리자벳’ 재연무대에서 어린 루돌프를 시작으로 윤예담은 ‘킹키부츠’의 어린찰리, 그리고 다시 2015년 ‘엘리자벳’ 어린 루돌프를 연기하면서 본인 스스로 ‘될성부를 떡잎’을 인증해 나가고 있다.
“부모 마음으로, 예담이가 처음에 오디션을 볼 때 걱정을 많이 했죠. 유치원에서 재롱잔치 밖에 안 했던 아이인데 과연 잘 할까 싶었죠. 심지어 첫 오디션을 볼 당시 겨울이었는데 그때 하필이면 목감기에 걸린 거예요. 오디션을 보는 아이 중 나이도 제일 어려서 제일 1번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애가 기침을 꾹 참고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오디션이 끝날 때까지. 부모로서가 아니라 정말 신통방통했죠.”(아빠 영석)
2013년 ‘엘리자벳’ 재연 당시 함께 오르려고 했던 윤씨 부자였지만, 애석하게도 아빠 윤영석이 건강상의 문제로 합류하지 못하면서, 이들의 재회는 그로부터 2년 후인 2015년에 이뤄졌다. 그렇게 부자가 꿈꾸던 ‘한 무대 오르기’를 이룬 지금, 이들은 공연을 하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빠가 정말 많이 챙겨줘요. 같이 하니까 기분이 들뜨고 그래서 어떨 때는 실수한 적도 있어요. 프롤로그 할 때 안무가 틀렸던 적도 있어요. 너무 들떠가지고요. 아빠랑 같이 작품을 해 무척 즐거워요.”(아들 예담)
“같이 무대에 오르는데, 복잡한 느낌이에요. 뿌듯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가 실수하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되죠. 예담이와 첫 무대에 올랐을 때, 제 데뷔무대 때보다 더 떨리더라고요. 얼마나 긴장했는지, 자칫 제 신에서 실수를 할 것 같더라고요. 염려와는 달리 지금까지 정말 잘 하고 있고, 덕분에 정말 즐거운 무대를 이어나가고 있어요. 늘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언제 또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중한 경험이고, 덕분에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
어린 루돌프 중에서도 가장 형인 윤예담의 별명은 ‘예담선생’이었다. 무대에 오른 경험이 있는 만큼, 어린 동생들에게 노래라든지 안무라든지 종종 가르쳐 준다는 것이다. 예담선생에게 종종 지적을 받는다고 말한 윤영석은 “안무를 하다가 틀리면 예담선생이 놀린다. 애가 무서워서라도 틀릴 수 없다”고 장난스럽게 말을 한다. 이내 “놀린 거 아니야”라고 발끈하는 아들 윤예담의 투정을 듣기는 했지만,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장난기 어린 따뜻한 눈빛은 거둬질 줄 몰랐다.
“예담이가 제 아들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굉장히 프로에요. 제가 지적을 받을 정도라니까요. 프롤로그 때 안무를 하는데 제가 포지션보다 틀리게 섰었나 봐요. 그랬더니 예담이가 자기를 가린다며 똑바로 서야하지 않겠냐며 지적을 하더라고요. 그 지적이 제법 날카로워요.”
“무대에 오를 때 떨리냐고 물어보는데 사실 하나도 안 떨려요. 그냥 연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노래 부르는 것도 좋고 박수 받는 것도 좋아요.”
노래하는 것이 좋고 무대 위에서 박수 받는 것이 좋다고 고백하는 윤예담은 천상 뮤지컬 배우였다. ‘킹키부츠’에서 어린 찰리를 연기할 때도 떨리지 않았노라고 말하는 윤예담을 보며 윤찬영은 ‘엘리자벳’ 무대에서 일어났던 작은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
“무대 뒤에서 토드와 노래를 부르른 장면을 지켜봤어요. 노래를 잘하다가 한순간 갑자기 목에 뭔가 걸린 것 같더라고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무대를 지켜보는데, 아니 글쎄 애가 그걸 참고 노래를 하는 거예요. 기침 한 번 없이 소리도 노래도 안 끊기고 이어가는데, 대단하다 싶었죠. 20년 넘게 노래한 저도 참고 노래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런데 어린 아이가, 그것도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을 뿐더러, 가르쳐 준다고 한들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장면을 위해 끝까지 부른다는 것이 정말이지 놀라웠어요.”(아빠 영석)
“기침을 하고 싶었는데 꾹 참았어요.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어요”(아들 예담)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점점 자라가는 아들 윤예담을 보며 아빠 윤영석의 걱정과 고민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빠르게 자라는 만큼, 변성기 역시 조금식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먼 일이지만, 그럼에도 ‘아이의 재능을 제대로 키워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부모로서 쉬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부분 중 하나이다.
“인생이 고민이죠.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예담이의 앞길을 뒷받침 해줘야 할까. 우리가 과연 이 아이의 재능을 다듬어 줄 수 있을까. 아이의 재능을 극대화 시키고 살릴 수 있는 쪽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 부모의 사명이다 보니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죠.”(아빠 영석)
이런 아빠의 고민을 알리 없는 윤예담은 마냥 해맑기만 하다. 혹시 고민이 있느냐는 질문에 “하나도 없다”며 환하게 웃을 뿐이다. 고민 없는 11살의 어린 윤예담이지만 그래도 목표 하나 만큼은 분명했다. 지금보다 더 발전되고 더 멋진 배우가 되는 것이었다.
“나중에는 ‘지킬 앤 하이드’를 해보고 싶어요. 아빠가 하기도 했고, 또 지킬과 하이드가 변하는 걸 보는데 정말 재밌어 보였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스페셜 작품 중에 스페셜이라고 생각하는 ‘오페라의 유령’에서 펜텀 역할을 꼭 해보고 싶어요.”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