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코믹컬 ‘드립걸즈’는 참으로 이상한 공연이다. 뮤지컬이 아닌 ‘코믹컬’이라고 지칭하는 이 작품은 넘버도 대표곡이자 주제곡인 ‘드립걸즈’ 뿐이며, 이조차도 오프닝에서는 립싱크로 처리하기도 한다. 변수도 많아 이로 인한 사소한 지연과 실수들도 종종 일어난다.
관객들은 어찌나 자유로운지 벨소리만 들리지 않을 뿐이지, 공연 도중 핸드폰 불빛이 보일 때도 있고, 심지어 어떤 관객들은 공연 도중 화장실을 다녀오기 위해 자유롭게 들락날락 거리기도 한다. 이 쯤 되면 정체가 의심스럽기까지 할 정도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일반의 공연과 전혀 다른 성격을 보여주는 ‘드립걸즈’이지만 이상할 정도로 관객들을 끌어당긴다는 것이다.
‘코믹컬’이라는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시즌3 당시 극적인 요소를 강화해 색다른 일탈을 꾀했던 ‘드립걸즈’는 시즌4에 와서 기존의 사랑을 받았던 코너를 부활시키며 극의 재미보다는 웃음의 요소를 더욱 살렸다.
‘드립걸즈’는 배우만 웃기는 것이 아니다. 작정한 배우들의 각종 ‘드립’을 여유 있게 받아치는 관객들의 재치는 ‘드립걸즈’를 더욱 웃긴 극으로 만든다. ‘드립걸즈’의 진정한 주인공은 관객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연에서 관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배우들은 객석 맨 끝자리까지 올라가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함께 공연을 진행해 나간다. 처음 얼떨결에 끌려 나가 부끄러워하던 관객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과감하면서도 개그맨 못지 않는 개그 실력으로 관객들을 포복절도케 한다. 무대에 오르는 관객들의 연령대도 다양하다.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스무 살 대학생도 있는가 하면, 나이 지긋하신 60대 할아버지도 무대 위에 올라 애교를 선보이기도 한다.
제작사에서 준비한 작은 선물들은 더욱 활발한 관객 참석을 유도하는 매개체로도 활용된다. 어떤 관객은 선물을 받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고, 졸지에 코너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선물을 관객에서 전해주면서 협찬사의 이름과 제품의 이름을 거침없이 읽어 내리지만, 불쾌하기는커녕 이 같은 간접광고도 그저 즐겁기만하다.
2012년 초연무대를 올렸던 ‘드립걸즈’는 매년마다 시즌2, 시즌3의 무대를 올린 후 2015년 시즌4의 무대를 올린 의외의 장수 공연이다. 이처럼 ‘드립걸즈’ 꾸준히 무대 위로 올라올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바로 단순히 ‘웃기기’에서 벗어난 관객과의 호흡이었다. 폴댄스 코너를 제외한 대부분의 코너마다 관객 참여를 유도한 ‘드립걸즈’는 단순한 일방통행이 아닌 관객과의 쌍방향의 소통을 이뤄내며 현장성과 즉흥성이 살아있는 무대만의 묘미를 극대화 하고 있다. 끊임없는 관객 참여와 소통, 그것이 ‘드립걸즈’가 앞으로 계속 장수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였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