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인간 |
“내 요람은 서가에 기대어 있었다,/그 어둠침침한 바벨탑엔 소설, 과학, 우화시가,/모든 것이, 라틴의 재와 그리스의 먼지가,/온통 뒤섞여 있었다. 내 키는 이절판 책만 했다.”
책은 평생 그의 동반자였다. 사유의 원천이자 시어의 고향이었다.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1904~1973)는 책에서 나무와 곡식 향기, 바다 냄새를 맡아냈다. 시 ‘책에 부치는 노래’에서 그 황홀경을 읊었다.
“책/아름다운 책/작은 삼림/한 장, 한 장/네 종이에선/목재의 맑은 향기가/퍼져 나온다./이른 아침/너는 곡식이며/바다다.”
독서에 빠진 사람들에게 책은 영혼이 있는 사물이다. 저자의 정신세계가 드러나 있고 세상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중국 작가이자 평론가 차이자위안 저서 ‘독서인간’은 지극한 책 사랑을 담은 책이다. 저자에게 책은 광대하고 신비로운 우주이자 사상, 꿈, 운명이다. 문인들과 편집자들은 책의 냄새와 체온까지 느꼈다. 그들은 책과 사랑을 나누고 함께 나이들어 갔다. 세상과 소통하고 추억을 만들고 정신의 성장을 이루는 도구 또한 책이다.
애서가들은 서재를 자기를 성찰하는 집으로 인식했다.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1533~1592)는 “나는 여기 내 왕국 안에 있다. 나는 이 곳에서 절대군주가 되고자 한다. 이 한 구석을 모든 사회, 부부, 자녀, 시민 관계로부터 격리시키고자 한다.”
영국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이 곳은 나만의 방이다. 고독이 용솟음치고
15세기 네덜란드 신학자 에라스무스는 돈이 생기면 바로 책을 사고, 돈이 남으면 셔츠를 샀다.
저자는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책의 형태, 냄새, 책갈피, 띠지, 장서인, 장서표 등 소품부터 서재, 서점, 도서관 등 책의 거처를 알려준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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