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뮤지컬 ‘무한동력’의 입구를 들어서면 관객들은 무대를 가득 채운 거대한 무한동력 기관와 마주하게 된다. 강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무한동력 기관이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아무리 사용해도 지속되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무한동력 기관은 ‘돈키호테’의 풍차처럼 허무맹랑해 보이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고 지켜내는 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면서 은은한 감동을 전해준다.
배우 박희순이 연출가라는 타이틀로서 대학로에 출사표를 던졌다. 박희순이 연출가로서 대학로에 입성한 작품은 주호민 작가의 동명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무한동력’이다. ‘무한동력’의 주된 줄거리는 원작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뮤지컬은 대학에 막 졸업한 27세 취준생 장선재(박영수 분)가 서울 산 꼭대기에 있는 수자네 하숙집을 찾아가면서 시작을 알린다.
“들어올 때야 마음대로 들어왔겠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며 선재를 격하게 반긴 수자네 하숙집 식구들은 저마다의 어려움들과 당면해있다. 20년 째 무한동력 기관에 매달리고 있는 원식(김태환 분)과 그런 아버지를 대신해 살림을 맡고 있는 19살 여고생 수자(함연지 분)를 비롯해 반항기에 접어든 17살 고교생 수동(김경록 분)과 번번이 낙방하는 공무원 준비생 기한(유제윤 분)과 집안의 사정으로 다니던 무용과를 그만두고 알바에 뛰어든 솔(김다혜 분)까지, 대부분 공감 가능한 현실적인 고민들을 품고 있다. ‘미생’의 장그래는 취업이라도 했지, ‘무한동력’ 속 수자네 하숙집 사람들은 이른바 미생이 될 기회조차 얻지 못한 힘든 청춘들이다.
↑ 사진=MBN스타 DB |
“작품을, 그리고 노래를 위해 청춘들을 위로하고 싶었다”는 이지혜 작곡가의 말처럼, ‘무한동력’ 속 청춘들이 짊어진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지만, 그럼에도 극은 밝고 유쾌하다. 진기한이 부르는 넘버 ‘가늘고 길게’는 제목처럼 코믹하면서도 “물론 어떤 날은 조금 겁이 나기도 해. 이 방이 나의 무덤이 되는 것은 아닐까? 내 눈앞에 모니터가 내가 평생 알 세상이 아닐까? 허황된 꿈 따윈 없어 가늘고 길게”라는 기한의 웃픈(웃기고 슬픈) 독백은 청춘들의 현실을 대변해 준다.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묵직한 공감대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무한동력’은 클로징 넘버 ‘멈추지 말아요’를 통해 사람들이 잊고 있었던 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준다. 대기업 취업을 꿈으로 알고 살았던 선재가 다시 한 번 꿈에 대해 노래하면서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이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작품보다는 연예인 주식부자로 이름을 먼저 알렸던 함연지의 경우, 올해 데뷔한 신인인 만큼 연기에 어설픔이 묻어났다. 대형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여주인공을 소화했던 배우의 연기라고 하기에는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19살 여고생 수자의 밝고 풋풋한 에너지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배경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연기에 대해 더욱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 사진=MBN스타 DB |
작품이 오르면서 가장 기대를 모았던 박희순의 연출 도전은 긍정적으로 보였다. 비록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무대 활용이나 관객들의 웃음을 터뜨릴 줄 아는 타이밍과 매끄럽게 극을 이끌어 가는 부분이나 소극장의 매력이 물씬 풍겨나는 연출은 합격점에 가까웠다.
‘무한동력’ 프레스콜 당시 박희순은 “첫 연출이고 창작극이다보니 시행착오가 많았고 시도를 했었다.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으나 처음이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도 있고 고치고 싶은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이 잘 메꿔주고 있고 원작이 탄탄하고 음악이 좋아서, 아쉬운 부분은 재공연때 보완이 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취준생들의 우여곡절을 담은 ‘무한동력’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있기에 더욱 정감 있고 유쾌한 매력이 있었다.
한편 ‘무한동력’은 2016년 1월 3일까지 대학로 티오엠 1관에서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