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원 확인 분야 최고 전문가로 불리던 인류학자들과 해부학자들이 모두 모였다. 주로 대학 교수나 박물관 학예사들이었다. 그들은 시신 1600구 신원을 파악해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대부분 18~23세 꽃다운 청춘이었다. 뼈가 아직 제대로 붙지 않았거나 이제 갓 붙어서 뼈가 붙은 흔적인 가느다란 줄자국이 남아 있었다.
죽은 사람의 나이와 신원을 확인하는데 가장 중요한 뼈는 쇄골이다. 우리 몸속에서 가장 먼저 생겨나 가장 늦게 성장이 끝나는 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난 지 5주만에 생겨나, 서른이 다 되어서야 성장이 마무리된다. 쇄골이 붙어 있는 상태에 따라 죽은 사람의 나이 추정이 가능하다. 몸의 움직임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다른 뼈와 달리, 우리 몸에서 평생 뼈 밀도나 모양이 그대로 유지되어서 생전에 찍어놓은 엑스레이와 뼈를 대조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여성미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진다. ‘아찔한 쇄골 라인’ 혹은 ‘쇄골 미인’이라는 찬사가 있다.
인류학자 진주현 저서 ‘뼈가 들려준 이야기’는 뼈에서 인간의 역사를 읽어낸다. 생물학적, 구조적 특징에서 인류학과 진화생물학, 고고학을 아우르며 뼈를 통해 생명의 신비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지난 10여년간 세계 각지 발굴 현장에 참여하며 인류의 진화와 기원, 사람과 동물의 뼈대를 연구해왔다. 지금은 하와이에 있는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기관에서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제2차세계대전 때 실종된 미군의 유해를 발굴해 분석한 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그는 누군가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일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이 책은 팔뼈와 쇄골 갈비뼈, 척추, 광대뼈 등 다양한 뼈가 우리 몸 속에서 어떻게 생겨나고 자라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조목조목 알려준다.
한 번 생기면 변하지 않고 딱딱한 성질 그대로 있을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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