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는 ‘미아리고개 예술극장’이라는 소극장이 있다. 1998년 활인소극장으로 출발한 이 극장은 여러 젊은 예술가들과 지역예술가들의 활동 공간으로 이용돼 왔다. 그동안 위탁 형태로 운영돼 오던 미아리고개 예술극장은 6개월 전, 공공극장에서 마을극장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아리고개 예술극장은 예술가, 연출가 등 20여 명이 모여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주민과 같이 운영하는 마을극장을 목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탈 대학로 문제가 큰 이슈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극장 운영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공공극장-예술가-주민이 만났을 때 일어나는 시너지를 느끼며 공간도 살리고 예술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미아리고개 예술극장 운영 중심에 서 있는 권석린 연극연구소 명랑거울대표, 하장호 예술인소셜유니온사무처장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Q. 미아리고개 예술극장에 대해 소개해 달라.
A. 권석린 대표(이하 권): 성북 기반으로 한 지역 예술가들이 모인 모임이 있다. 그 모임에서 운영을 하고 있는 극장이다. 연극하는 사람들, 기획자 등이 모여서 미아리고개예술극장을 주민들에게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하게 해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극장에서 좋은 공연들을 하고 극장에 어떤 공연이 잘 맞을까’를 생각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예술들을 하고 있다. 지금 6개월 정도 운영을 해봤고 앞으로도 운영을 해나갈 계획이다.
하장호 사무처장(이하 하): 보통 지역문화재단이 생기면서 지역문화재단이 부소유의 공공극장을 운영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미아리고개예술극장도 어떻게 보면 구에 딸려 있는 공공극장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구의 문화재단 직원들이라든가, 위탁 형태로 계약을 해서 운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미아리고개 예술극장 역시 한예종, 서울연극협회에서 위탁 운영이 됐었다. 그렇게 되다보니 극장 운영에만 급급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정말 공연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만 운영이 되고 그런 한계점들이 노출이 됐었다. 현재처럼 민간주최들이 직접 자율적인 모임을 통해서 운영을 하는 방식은 케이스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어떻게 보면 혁신적인 시도였고 꽤 성공적인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그전에는 일종의 연습 공간처럼 사용이 많이 됐었는데 올해는 주민 대상으로 한 공연도 많이 올리고 있다.
권: ‘마을극장’이라고 표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공공극장이 민간주최와 만나서 민간 파트너와 함께 운영하며 공공극장에서 그치지 않고 마을극장으로 변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Q. 성공적인 부분도 있었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을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는지.
A. 하: 공공극장이라고 했을 때 보통 ‘공적인 서비스를 하는’ 개념으로 자리 잡아 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예술가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그런 것이다. 그런데 ‘마을극장’이라는 개념은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던 게 공간이라든가 예술가, 주민들이 갖고 있는 개념에서 함께 머물고 만나고 실험적인 걸 하는 마을극장의 비전이 많이 만들어진 것 같다. 과정을 통해서 주민들이나 예술가들이 관점이 많이 달라진 부분도 있고 재단이나 구 기관 같은데서도 주민들에게 왜 많이 열려져야 하고 필요한지에 대한 부분의 인식도 달라진 것 같다. 이런 식의 운영 모델이 혁신적인 일종의 사건이라고 말한 분도 있다. 아직은 체감을 못하는 부분도 있는데 전문가들과 얘기하다보면 이런 시도 자체를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다. 탈 대학로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기존의 극장이라는 공간들이 공연 하는 사람과 극장주의 관계에 머물렀다고 하면, 미아리고개예술극장을 놓고 본다면 공연을 하는 사람과 공연을 보는 주민과 기관 공통적으로 관심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대관료 등 조건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극장에서 무얼 하려고 하느냐가 중요하게 되는 것 같다. 임대료 문제 때문에 많은 극장들에게도 새로운 문제의식을 던져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탈 대학로’는 왜 일어나게 됐을까.
A. 권: 대학로는 연극으로 유명하지 않나. 연극을 놓고 말하자면 민간극장이 기존에 대관을 하고 대관료를 공연 수익을 내서 지불을 하고 그 나머지를 가져가는 시스템이었는데, 이제는 관리 요금이 높아지면서 망하게 됐다. 극장주도 건물주가 아니기 때문에 돈 내는 것이 올라가다보니까 부담스러워진다. 그렇게 되면 연극하는 사람들이 공공에 기댈 수 있어야 하는데 공공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공공은 그 마을 지역 주민을 위한 서비스를 하는 방침으로 극장이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것인데 그건 다른 민간의 아무나 쓴다고 해서 (극장을) 열 수가 없는 것. 그런데 공공극장이 마을극장으로 변했을 때 변하는 그 가운데에 예술가들이 직접 참여를 해버리면 아무래도 공공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서비스나, 마을을 위한 조금 더 친근한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민간극장의 높아진 대관료를 대신하는 게 중간에 끼어든 예술가들, 즉 워킹그룹이라고 하는데 이 워킹그룹이 주민에게 어떻게 친근한 공연을 만들어낼 것인가를 생각하는 걸 대신한다고 보면 된다. 그 생각들이 모여지고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마을극장으로 탄생하게 되는 거다. 즉, 대학로가 망하게 된 요인 중 하나는 굉장히 상업극이 판을 쳤던 게 된다. ‘먹고 살아야 한다’도 있었지만 로코, 개그물 등 정말로 돈을 벌기 위한 공연들이 경쟁이 붙어버린 거다. 이익을 창출하는 공연들이 계속해서 생겨나다보니까 조금 더 예술적인 공연들이 없어지게 되고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됐다. 그럼 공공에서 흡수를 해야 하는데 그런 시스템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워킹그룹을 통해서 일할 사람이 나오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하: 정책적으로 보면 젠트리피케이션(도시에서 비교적 빈곤 계층이 많이 사는 정체 지역에 저렴한 임대료를 찾는 예술가들이 몰리게 되고, 그에 따라 이 지역에 문화적/예술적 분위기가 생기게 되자 도심의 중상층/상류층들이 유입되는 인구 이동 현상) 관련한 대안들이라고 얘기할 때, 요즘 많이 이야기되는 것들은 문화예술 관련해 공공영역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 공간이 많이 확보가 돼서 예술가들이 저렴한 비용에 사용할 수 있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하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Q. 미아리고개 예술극장만이 추구하고 있는 방향이 있다면?
A. 권: 몇 가지 시도를 했다. 올해 올렸던 공연들을 되짚어 보면 변방연극제, 인권연극제, 일요낭독극장 등 대부분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이야기, 비주류 중에서도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가까이 갈 수 있는 공연들을 올렸다. 유명하고 잘 알려진 어떤 것들이 아니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들, 낭독극이나 그런 걸 통해서 다 갖춰지지 않은 공연들이더라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들을 했다. 낭독극도 창작극 중심으로 갔다.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공연과 이야기들이 대부분을 이뤘던 것 같다. 우리가 그러려고 그랬던 건 아닌데 방향이 그런 식으로 잡혀졌다.
Q. 극장 운영 스케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A. 권: 매주 한 번씩 워킹그룹이 모였다. 6개월 정도를 가열차게 돌렸다.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모델들을 해봤다. 교육 분야, 주민 참여 분야, 축제 분야, 예술가들을 위한 공연 등을 진행했다. 매주 한 번씩 모이면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성북문화재단 직원도 함께 참여한다. 시설도 담당하는 감독 경험이 있는 스태프들이 극장에 있고, 그렇게 해서 같이 돌아가고 있다.
하: (미아리고개 예술극장의) 가장 큰 특이점은 워킹그룹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사실 엄청 느슨한 모임이다. 멤버도 정확하지 않고 그날 모인 멤버가 워킹그룹이 된다. 굉장히 열린 구조로 운영을 해 나가는 것이다. 물론 워킹그룹 안에 실무기획단은 있다. 스케줄에 따라 시설관리도 해야 하고 기획 운영도 해야 하기 때문에다.
Q. 예술가 20명 정도가 활동을 하고 있다고?
A. 하: 기본 멤버가 그 정도이고, 회의 때 고정적으로 나오는 멤버는 10명 안팎인 것 같다.
Q. 극장 수익은 어떻게 내고 있나
A. 권: 아직 수익을 낸 적이 없다. 그냥 돈 안 받고 하고 있다.
하: 일단 이게 수익구조가 만들어질 수 없는 게 구시설이지 않나. 수익을 내고 하는 게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적으로 부담스러운 게 있다. 했던 공연은 대부분 수익을 내기보다는 무료로 주민들을 위한 공연이었다. 예산 측정을 하고 예산에서 프로그램 기획을 하든가 기본적인 비용만 예산을 투여한다. 극장에 참여하고 있는 멤버들 같은 경우 자율적으로 활동 중이다. 활동비도 공식적으로 없다. 그런 부분에서 대단하다는 생각도 한다. 한편으로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할까도 생각한다. 여기 참여하고 있는 예술가, 기획자들은 정말 극장을 마을극장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는 거다. 지속가능한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보상이 필요하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