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인 백성희씨 <매경DB> |
무대에서 인생을 배운 배우가 있었다. 관객들은 그의 연기에서 삶을 배웠다. ‘한국 연극의 살아있는 역사’인 원로 배우 백성희(본명 이어순이)가 400여편의 연극과, 자신의 이름을 딴 극장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 고인은 지난 8일 밤 11시 18분께 서울 연세사랑요양병원 입원 중 세상을 떠났다.
1925년 9월 2일 서울에서 태어난 백성희는 17세에 빅터무용연구소 연습생, 빅터가극단 단원을 거쳐 18세이던 1943년 극단 현대극장 단원으로 입단, 같은 해 연극 ‘봉선화’로 데뷔해 70여 년간 연극 외길을 걸었다. 고인은 “작품은 가려서 선택하지만, 배역은 가리지 않는다”는 신조로 평생 400여 편의 연극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아흔줄에 들어선 최근까지도 ‘3월의 눈’(2013), ‘바냐아저씨’(2013) 등에 출연했다.
특히 고인은 1950년 국립극장 창립단원이자 현역 원로단원이었다. 1972년 국립극단에서 처음 시행한 단장 직선제에서 최연소 여성 단장으로 선출됐으며, 1998년부터 국립극단 원로단원에 이름을 올렸다. 2002년부터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했다. 201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배우의 이름을 따 문을 연 극장인 ‘백성희장민호극장’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해엔 대한민국예술원 예술창작 활동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70년 연기 인생을 정리한 회고록 ‘백성희의 삶과 연극, 연극의 정석’을 발간하기도 했다. 백성희는 회고록에서 “희극인지 비극인지도 알 수 없는 상태로, 그 길을 걸어, 70년 아니 90년을 걸어왔다. 그 길은 내 삶의 전부이자, 유일한 여정이었다. 다시 그 시점으로 돌아가도 나는 그 선택 이외의 다른 선택을 감히 생각할 수 없다”고 지난 연극인생을 회고했다.
한국연극영화예술상(제1회 백상예술대상·1965), 동아연극상(1965), 3.1연극상(1969), 대통령표창(1980), 보관문화훈장(1983), 대한민국연극제 여자주연상(1985), 동랑유치진연극상(1988), 대한민국문화예술상(1994), 이해랑연극상(1996), 춘강상(1997), 대한민국예술원상(1999), 비추 미여성대상(2009), 은관문화훈장(2010) 등을 수상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호.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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