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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설치미술 작품과 함께 한 현대미술 작가 장 미셸 오토니엘 |
5년 전 서울 삼성 플라토갤러리에서 회고전을 연 그가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검은 연꽃(black lotus)’전을 연다. 5년 전에 비해 체급이 부쩍 커져 돌아왔다. 전시장엔 유리 구슬로 형상화한 다양한 빛깔의 연꽃 설치물과 평면 회화 10여점이 나왔다.
작가는 “한국의 건축양식과 천, 조각 등을 보면서 연꽃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연꽃은 하루에도 여러 번 모양이 변화한다. 아침에 봉우리가 피었다가 저녁에 진다. 그 변화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제목은 보들레르의 시 ‘악의 꽃’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연꽃과 ‘악의 꽃’은 자칫 상반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연꽃은 본질적인 순수함을, 보들레르 시는 인간의 이중적인 측면을 보여주죠. 연꽃은 순수하지만 진흙탕에서도 살아남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요. 두 상충되는 개념이 만날 때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전 로맨틱하고 함축적이면서 시적인 것을 추구해요.”
설치물은 검은색, 보라색 등 어두운 색으로 채색해 정화와 깨달음, 순수함의 의미를 더욱 극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검은 연꽃’이라는 작품의 경우 기존 유리에 산화 처리된 알루미늄 소재를 결합해 육중한 느낌을 준다. 지난해 그가 작업한 베르사유 정원 분수대는 축구장 크기로 아주 넓다. 물 속에서 황금빛 유리 구슬로 연결된 설치물이 작품 제목 ‘아름다운 춤’처럼 동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그는 “마치 루이14세 왕이 춤을 추듯이 동선을 스케치해 설계했다. 프랑스 절대왕정 이후 국가가 직접 발주한 영구 프로젝트는 처음이라 아주 부담감이 컸다”고 고백했다.
이번에는 꽃을 주제로 작업했다. “꽃의 숨은 의미나 상징은 아주 매력적이어서 제겐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매개체가 되죠.” 금박을 입힌 캔버스 위에 석판화 잉크로 겹겹이 채색한 평면작품도 눈길을 끈다.
1964년 프랑스 중동부 생테티엔에서 태어난 작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사진,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존재의 상실과 부재, 그리고 인간이 지니는 상처들을 주제로 다루어왔다. 주로 유황, 왁스, 인과 같은 화려한 외형과 반대되는 독특하고 역설적인 성질을 지닌 재료들을 작품에 활용해왔으며,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유리를 주요 매체로 작업하기 시작했다. 성소수자로 청소년 시절 사랑했던 수도사가 종교적 신념 때문
갤러리 측은 “오토니엘은 최근 프랑스 앙굴렘에 위치한 성당 내부에 오래된 유물들을 보존하는 공간 전체를 장식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내년 상반기에 이를 대중에게 공개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3월 27일까지. (02)3210-9885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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