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서민교 기자] “그가 없으면 이 작품은 올라갈 수 없다.”
연극 ‘헨리4세 Part1 & Part2-왕자와 폴스타프’(이하 ‘헨리4세’)를 연출한 김광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은 2002년 초연 이후 14년 만에 다시 무대를 준비하며 ‘그’를 지목했다.
그가 말한 ‘그’는 바로 폴스타프 역을 완벽히 소화한 배우 이창직이다.
↑ 연극 "헨리 4세 Part 1 & Part 2 - 왕자와 폴스타프" 제작발표회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종합연습실에서 열렸다. 배우 이창직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정일구 기자 |
‘헨리4세’는 셰익스피어의 가장 스릴 넘치는 서사 중 하나로 꼽힌다. 역사란 무엇이고, 권력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이 작품에서는 헨리 4세가 무력으로 왕위를 찬탈한 이후 벌어지는 사회의 혼란과 정권의 정통성 문제 등을 다룬다.
헨리 4세는 리처드 2세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인물. 그의 아들 헨리 왕자는 권력에 대한 야심을 감춘 채 허풍쟁이 궤변가 폴스타프와 어울려 밑바닥 인생을 체험하며 온갖 기행과 방탕을 일삼는다. 뚱뚱하고 늙은 술고래 난봉꾼 폴스타프는 권력의 위선을 조롱하다 헨리 왕자가 즉위한 이후 버림받는다.
폴스타프는 ‘헨리4세’에서 가장 매력적인 존재다. 헤롤드 클락 고다드 버밍엄대 교수는 폴스타프를 두고 “매력의 화신이자 인간 정신의 해방자이며 문학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코미이언이다”라고 표현했다. 폴스타프가 던진 “명예라는 단어 속은 텅텅 비었다. 명예는 묘비명이다”라는 대사는 시대적 풍자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김광보 연출이 이번 작품을 1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리면서 가장 먼저 캐스팅한 배우는 바로 폴스타프 역의 이창직이다. 이창직은 2002년 초연에서도 폴스타프 역을 완벽히 소화했던 연기파 배우다.
↑ 연극 "헨리 4세 Part 1 & Part 2 - 왕자와 폴스타프" 제작발표회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종합연습실에서 열렸다. 배우 이창직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정일구 기자 |
김광보 연출은 9일 세종문화회관 종합연습실서 시연 후 만난 자리에서도 “폴스타프 역은 이창직만한 배우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이유도 명확했다. 김 연출은 “이만한 풍채를 가진 배우가 없다. 그래서 적절하다”며 농을 던진 뒤 “폴스타프처럼 이창직 선배도 평소 풍자적 말을 많이 한다. 이창직 선배의 일상이시다. 일상생활 자체에 풍자성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천상 폴스타프”라고 말했다.
이창직은 폴스타프 역만 세 번째 맡는다. 2002년 초연 당시 42세였고, 2010년 부산 공연에서는 50세였다. 이번 작품에서는 14살이 더 먹은 56세의 폴스타프를 연기한다.
이창직은 “폴스타프는 오랜 시간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풍자 인물의 대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42세 때는 그 정도의 폴스타프였고, 50세 때도 그랬다. 그런데 56세가 생각하는 폴스타프는 좀 다른 것 같다”며 의미를 두면서도 “42세의 폴스타프가 최선을 다하니까 못 알아듣더라. 지금은 덜 최선을 다하니까 알아듣는다. 이젠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물론 체력도 안 되고”라고 풍자를 엮고 만다.
김 연출도 “14년의 연륜이 있는 것”이라며 “연습 과정에서 보면 깊이 있는 폴스타프가 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이창직은 “80세에도 한다면 80세의 폴스타프가 나올 것 같다. 욕심이 너무 과한가요?”라며 껄껄 웃었다.
이창직 외에도 이번 작품서 ‘헨리 왕자’ 역은 무서운 신예 박정복이 맡고, 초연 당시 ‘헨리 왕자’ 역이었던 강신구가 이번엔 ‘헨리 4세’로 열연한다. 또한 올해 서울시극단에 새로 합류한 총 28명의 배우들이 참여해 무대를 화려하게 꾸민다.
한편 서울시극단이 셰익스피어 400주기를 맞아 재연을 준비 중인 연극 ‘헨리4세 Part1 & Part2-왕자와 폴스타프’는 오는 29일부터 내달 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서 펼쳐진다.
서민교 기자 11coolguy@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