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안드레아 보첼리(57)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몸이 공중에 붕 뜨는 기분이 든다. 지상의 것이 아닌 양 극도로 부드럽고 청아한 음성은 그의 온화한 미소와 어울려 아우라를 뿜어낸다. 그 역시 “나는 긍정적인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목소리를 천상으로부터 선물 받았다”며 자신의 목소리가 지닌 힘을 겸손히 인정한다.
안드레아 보첼리가 다음달 1일 한국을 찾는다. 6년만의 방문이다. 공연을 한달께 앞두고 이메일 인터뷰에 응한 보첼리는 “그간 한국 팬들이 제게 보내준 사랑은 한국이 지닌 감동적인 매력 만큼이나 잊기 어려운 것”이라며 “그들에게 기대 이상의 공연을 통해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번 서울 공연은 지난해 10월 새로운 앨범 ‘시네마’를 발매한 기념으로 이뤄진 전세계 투어의 일환으로, 앨범 수록곡 다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앨범에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햅번이 기타를 치며 부르는‘문 리버’, 감미로운 멜로디로 유명한 영화 ‘러브스토리’ 속 동명의 주제가,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울려퍼지는 애절한 선율의 ‘라라의 노래’ 등 누구든 한번쯤 들으며 가슴 설레봤을 영화음악 16곡이 담겼다.
“제가 부르는 노래는 누구보다 제게 먼저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곡들을 찾아 헤매던 중 영화를 떠올리게 됐어요. 어릴 적부터 제가 너무나 사랑했고 저를 성장시켰으며 크나큰 감동을 줬던 영화 속 음악들 말이죠.” 그는 테너로 데뷔하기 전 피아노바에서 엘라 피츠제럴드와 루이 암스트롱의 ‘칙 투 칙(Cheek to Cheek)’을 부르며 부모님을 기쁘게 했던 기억을 꺼내기도 했다. “요즘 사람들에게 그 시절 영화들을 알려 다시 사랑받게 만들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다시 꿈꿀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그는 어린 시절 프랭크 시나트라가 출연한 뮤지컬 영화들을 무척 좋아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전쟁 영화나 로맨스 영화에도 마음을 뺏겼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투스카니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보첼리는 12살 때 축구를 하다 크게 다친 이후 점차 완전히 시력을 잃었다. 가족들의 권유로 법학을 공부하고 변호사 생활도 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의 재능을 간파한 거장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도움으로 세계 무대에 선 그는 이후 전 세계적으로 8천만 장 이상의 음반을 팔고 각국 음악 차트를 석권하며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슈퍼스타로 거듭났다.
“제게 음악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욕구이자, 제 몸 속 세포 하나하나에 깃들어 있는 신비로운 무언가예요.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제가 갓난아기일 적부터 오페라나 클래식 가곡을 틀어주면 울음을 멈췄다고 하더군요.”
어느덧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다. 끊임 없는 음반작업과 투어공연까지 소화하느라 바쁜 그이지만 매년 여름과 겨울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과 호흡하며 심신을 다스린다. “여름엔 고향 투스카니의 바다에서 배를 타고 겨울엔 숲에서 승마를 하죠. 책을 읽고 시를 쓰는 일도 너무나 사랑합니다.”
그의 생에서 남은 목표는 단 하나, “대중이 원할 때까지 노래를 계속 하는 것”이다
공연은 다음달 1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02)6348-6377
[오신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