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영화는 양과 질로 보아도 다양한 영화예술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미래지향적인 작품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년 새로운 감독들이 배출되고 있다. 또한 아무리 어렵더라도 헤치고 성장하고 있다.”
이란 영화계를 대표하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2000년대 초반 국내 한 영화 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유명 감독은 이란영화에 대해 희망적인 시각을 전했다.
그의 바람대로 이란 영화는 주목받고 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이란의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은 ‘세일즈맨’으로 각본상을 따냈다. 파라디 감독의 ‘시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는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란의 영화 발전을 희망적으로 내다 본 대표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암 투병 끝에 4일(현지시간) 76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이란 ISNA 등 현지 외신은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암 치료를 위해 프랑스로 건너가 체류하던 중에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 3월 위암 진단을 받고 6월 파리에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940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난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국립테헤란예술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1970년 단편 ‘빵과 오솔길’로 감독 데뷔한 그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고국을 등진 다른 예술가들과 달리 이란 영화를 국제무대에 알린 인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1987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로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1992), ‘올리브 나무 사이로’(1994)로 이어지는 장편 3부작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지그재그로 난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서 ‘지그재그 3부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작품들로 그는 이란 사회의 과거와 현재, 이상과 현실의 의사소통을 그리며 키아로스타미만의 리얼리즘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1997년 이란인들의 삶과 종교적 색채가 깊이 묻어있는 ‘체리향기’로는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따냈다. 1999년에는‘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인의 마지막 장편영화는 일본에서 현지 배우 카세 료 등을 기용해 찍은 ‘사랑에 빠진 것처럼’(2012)으로, 이듬해인 2013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한국과도
아스가르 파라디 감독은 외신을 통해 “키아로스타미는 다른 영화감독들을 위해 길을 닦았고,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며 “영화계를 넘어 전 세계가 진정 위대한 인물을 잃었다”라고 애도했다.
[디지털뉴스국 진현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